1809년 1월19일 미국의 작가 에드거 앨런 포가 보스턴에서 태어났다. 세 살 때 고아가 된 뒤 세상과의 불화 속에서 힘겨운 삶을 산 이 작가는 40 살이 되던 해 가을에 가난 속에서 죽었다.볼티모어 노상(路上)에 의식 불명으로 쓰러져 있다가 숨을 거둔 그 알코올 중독자가 19세기의 가장 빼어난 문인 가운데 한 사람이라는 걸 눈치챈 행인은 아무도 없었다.
포는 우리 독자들에게 다른 무엇보다도 단편소설 '검은 고양이'의 작가다. 플루토(저승의 왕)라는 불길한 이름의 고양이를 죽인 주정뱅이가 그 고양이의 저주에 걸려 겪게 되는 사건들은 그 으스스한 분위기와 함께 독자들의 인상에 깊이 박혀 있다.
포는 '검은 고양이'나 '어셔가의 몰락'등으로 대표되는 괴기담의 작가이기도 하지만, '모르그가의 살인'이나 '도둑맞은 편지'등을 쓴 추리소설의 개척자이기도 하다.
그가 '모르그가의 살인'에서 창조한 탐정 뒤팽은 코난 도일의 셜록 홈스나 애거서 크리스티의 에르퀼 푸아로 등 그 뒤의 추리 소설가들이 탄생시킨 탐정들의 모델이기도 했다.
평생 파리를 동경했지만 결국 그 도시에 가 보지 못한 포는 '시체 공시장 '이라는 의미를 지닌 '모르그'라는 이름의 파리 거리를 무대로 '모르그가의 살인'을 씀으로써 자신의 바람을 간접적으로 충족시켰다.
포를 발견한 사람들은 대서양 건너편의 프랑스인들이었다. 그의 단편들과 평론들을 번역한 보들레르는 "여기에 내가 쓰고 싶었던 모든 것이 있다"고 감탄했거니와, 시인으로서의 포를 발견한 것도 프랑스인들이었다.
보들레르, 말라르메, 발레리 같은 상징주의 시인들은 포를 자신들의 문학적 출발점으로 삼았다. 빈곤과 몰이해 속에서 산 포가 말라르메에게는 "검은 재해(災害)의 벌판에 떨어진 고요한 운석(隕石) "이었다.
고종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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