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에 17일 주(州) 사상 처음으로 단전조치가 내려지면서 2차대전 이후 최악의 전력사태로 치닫고 있다.주 전력통제기관인 캘리포니아 독립시스템 운영국(ISO)은 이날 정오를 기해 긴급 절전 3단계 조치를 발동, 주 전역에 순차적으로 단전조치를 취했다.
이날 샌프란시스코의 일부와 '실리콘 밸리'의 중심지인 새너제이, 프리몬트 등에서 2시간 가량 취해진 단전조치로 1,000만명이 일상생활에서 불편을 겪고 공장가동이 중단되는 등 큰 혼란을 빚었다.
▲단전따른 혼란
캘리포니아주의 2대 전기소매사인 태평양가스전기사(PG&E)와 남가주 에디슨사(SEC)가 단전조치를 취한 것은 오전 11시 40분(한국시간 18일 오후 10시40분)부터 약 2시간동안.
이 조치로 북부 샌프란시스코와 주도인 새크라멘토 등 시내 중심가의 현금자동출납기가 작동을 멈추고 승강기 안에 사람들이 갇혔으며 교통신호가 작동되지 않았다고 현지 방송들이 전했다.
하지만 병원과 공항 등에는 전력이 공급됐으며 별도의 발전시설을 갖춘 로스앤젤레스도 단전조치에서 제외됐다.
▲실리콘밸리 표정
새너제이, 오클랜드 등 첨단기술 산업밀집지역인 실리콘 밸리에서는 업체별로 자가발전기를 가동하는 등 비상장치를 총동원, 피해를 막았다.
업체들은 임시발전장치를 이용해 컴퓨터 작업을 저장한 후 일손을 놓고 우왕좌왕했다. 세계 컴퓨터칩 제조업체인 인텔사는 이미 제조설비확장 중단을 지시한 상태이고 일부기업은 생산라인을 철수하려는 조짐도 보이고 있다.
▲사태의 원인
지역경제의 고속성장에 따라 전력수요가 증가했으며 최근 강수량이 줄어들어 주된 전력공급원인 수력발전용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전력도매시장은 자유화한 반면 전력소매가는 주정부 통제하에 있어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았던 것도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즉 전력회사가 제공하는 한정된 공급량을 두고 전기소매사들이 경쟁을 벌임으로써 전기요금이 40~50배 가량 뛰면서 전력회사는 막대한 이윤을 챙겼지만 가격을 올리지 못한 전기소매사들은 파산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전망
캘리포니아 전력회사 직원들은 17일 캐나다로부터 전력이 긴급 공급되면 단전조치를 해제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상황은 매우 유동적이다. 앞으로 안정적인 전기공급이 없는 한 단전조치는 불가피하다.
그레이 데이비스 주지사는 발전소 증설 등을 위해 2001~2002년에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오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미국전체 국내총생산의 12%를 차지하는 캘리포니아가 경제난이 심화하고 이는 미국 경기침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최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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