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한국정신문화연구원(정문연)이 새로운 수장을 맞았다. 앞으로 3년동안 한국한의 본산을 이끌어 나갈 이상주(李相周.64) 신임 원장은 감회가 남다를 것으로 보인다.1978년 당시 서울에 교수로서 김태길 박사와 함께 정문연 창설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창립 후 교육연구실장, 기획실장 등을 맡다가 1980년 정문영을 떠난 뒤 20여년 만에 원장으로 돌아온 것이다.
"창설초기 유신 통치이념을 뒷받침하는 곳이 아니냐는 의혹도 많았지만 말그대로 오해였다"며 운을 뗀 이 원장은 "그때나 지금인 순수 인문사회과학 연구기관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학의 본산으로 자리매김한 정문연으로 돌아오게 돼 영광스럽기도 하고 부담도 크다"고 말했다.
권위주의 정권의 이데올로기적 정당화 작업에 관여한 측면을 배제할 수 없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당대 이념 문제와 가치관을 다루다 보니 생길 수 있는 의혹이며, 국민계도적 역할을 한 측면이 있지만 정당이나 정권의 정책을 뒷받침한 일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초창기 역할이 어찌됐든 정문연은 이제 정권의 어용기관이라는 등의 정치적 외풍에서 벗어나는 데는 성공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연구원 구조조정이라는 내부적 문제에 부딪혀 있다.
예산감축, 교수간 경쟁체재 도입등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상진 전임 원장과 정문연 교수및 직원들이 갈등을 빚기도 했다.
"전임 원장이 십자가를 지고 간 셈이다"는 이원장은 "구조조정이라는 정책적 틀에 발 맞춰야겠지만, 중요한 것은 학자들의 연구의욕을 고취시키는것"이라며 "정부가 외롭게 매진하는 학자들을 배려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한국학의 세계적 센터로 정문연의 위상을 굳건히 하겠다는 포부다.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비서관, 강원대 총장, 한림대 총장을 역임하는 등 교육행정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원장이라는 점에서 정문연 교수들은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이 원장이 '한국화 세계화'의 본산으로 거듭나기 위해 진통을 겪고 있는 정문연을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관심을 모은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