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아프리카의 화약고 콩고 민주공화국(DRCㆍ옛 자이르)에 16일 궁정 쿠데타가 발생, 로랑 카빌라 대통령이 피살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8월 서명 완료된 평화협정의 이행은 물론이고 인종, 자원 등을 둘러싸고 분쟁이 끊이지 않았던 이 지역의 향후 정세가 극도로 혼미해졌다.카빌라는 이날 오전 6시(현지시각) 수도 킨샤사의 대통령궁에서 퇴역을 통보한 장군들과 모임을 갖던 중 다리와 등에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과거 자이레를 식민 지배했던 벨기에의 루이 미셸 외무장관은 카빌라가 30분간 벌어진 총격전 와중에 경호원 1명의 총에 맞았다고 확인했다.
아직 쿠데타 주도세력은 드러나지 않았으나, 실베스트레 을웨차 장군과 대통령 보좌관이자 육군 참모총장인 에디 카펜드 대령이 주모자라고 반군 조직인 콩고민주화집회(RCD)측이 주장했다. 카펜드 대령은 이날 국영 TV에 출연, 시민들에 진정을 호소한 뒤 전국의 모든 공항과 국경에 폐쇄령을 내렸다.
아직 주민 동요는 없는 듯하나 주요 도로마다 중무장 군인들이 검문검색을 벌이고, '대리석궁'으로 불리는 대통령궁에는 평소 대로 북한제 탱크 1대와 무장병력이 삼엄하게 경계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향후 카빌라의 후계는 불투명하지만, 그의 사촌 조카이자 내무장관인 가에탄 카투디가 임시 대통령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카빌라의 아들로 군 총사령관인 조셉 카빌라는 쿠데타 중에 총격을 받아 군병원에서 치료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카빌라가(家)가 여전히 군권을 장악하고 있다면 권력승계에 큰 무리가 없을 것이나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2차적인 내전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카빌라의 사망으로 콩고 내전에 개입된 주변국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이웃 르완다 와 우간다의 지원을 받고 있는 반군 RCD의 강경파가 정부군의 분열을 틈타 평화협정 무산을 선언한 뒤 영토 확장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경우 정부군을 지원해온 앙골라, 짐바브웨, 나미비아 등이 자동적으로 개입, 돌이킬 수 없는 국제전이 벌어지게 된다. 유엔은 지난해 2월 5,000명 규모의 평화유지군을 파견키로 결의했으나 비용 부담을 우려한 미국의 소극적 태도와 지역 정세 악화 등으로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한편 콩고 내전은 1994년 이웃 르완다와 부룬디의 후투족 난민들이 콩고에 유입되고 이들이 브룬디와 르완다를 상대로 게릴라전을 벌이면서 촉발됐다. 1997년 후투족 출신인 카빌라가 권력을 장악한 후에는 투치족이 주변국의 지원을 받아 동부지역을 점령, 정부군과 전쟁을 벌여왔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카빌라 콩고민주共 대통령은
16일 쿠데타 과정에서 피살당한 로랑 카빌라(59) 콩고 민주공화국 대통령은 30년간 동안이나 반군을 이끌어오다 1997년 악명높은 자이르의 독재자 모부투 세세 세코 정권을 전복시키고 집권했다.
베오그라드대를 졸업한 인텔리 마르크스주의자였던 그의 지난한 반독재 투쟁은 한 때 쿠바 혁명가 체 게바라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집권 후 모든 권력을 자신에게 집중시키고 1999년 4월로 약속했던 총선을 지키지 않는 등 철권통치를 해왔다.
후투족 출신인 그에 대항해 투치족 정권의 부룬디와 르완다가 콩고민주화집회(RCD) 반군을 지원함으로써 재발된 내전을 종식시키기 위해 평화협상을 시도했으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카빌라는 내전 상황을 오히려 권력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는 한편 외국군 주둔 반대를 명분으로 유엔의 중재 노력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카우보이 모자와 나이키 신발로 유명한 그는 직업게릴라에서 정치가로 변신한 후 다이아몬드 금 등을 밀수출, 엄청난 부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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