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시 동향이 작년 이맘때 재판(再版)양상이다. 코스닥 지수의 경우 올들어 불과 10여일 만에 40%이상 급등했다.어떤 종목들은 그세 2배 이상 올라 전세계 증시를 통틀어 최고 상승률을 보이고있다. 전통 제조업 중심의 종합 주가 지수도 600선에 올라 그새 100포인트나 뛰었다.
증시의 활기 회복은 원칙적으로 환영할 일이다. 은행 등 간접금융 시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마당에서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그나마 숨통을 틔어줄 것이다.
거시경제 운용의 주요 변수인 시장심리를 밝게 하는 자극제도 된다. 구조조정의 측면에서도, 한결 온화한 환경에서 그것이 제대로 이뤄질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없이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의 증시가 시장논리와 상관 없이 움직이고 있다는 데 있다. 속도도 그렇지만,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경제 기반에 큰 변화가 없는데도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펀더멘털 상 우리 경제는 작년 말 상황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오히려 최소한 1.4분기까지는 경기가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벤처등 개별 기업들의 내재가치도 이미 드러난 경영실적과 향후전망 등을 감안할 때 한동안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수출 등 해외여건이 좋아질 기미냐 하면, 그렇지고 않다. 미국 경기하강으로 세계경제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하는 가운데 유가마저 다시 들먹거리고 있다.
물론 작년 하반기 이후 주가 낙폭이 너무 커 어느 정도 반작용이 기대됐던 것은 사실이다. 최근 며칠 새 미국 나스닥 지수의 반등도 이에 일조했다고 본다. 그러나 이런 것들만으로는 최근의 증시 움직임이 설명되지 않는다. "과열이 아니다"고 정부측은 잡아떼지만, '투자심리선"이격도' 등 증시의 여러 기술적 지표들이 명백한 과열 신호를 보내고 있다.
우리가 보기에 최근 증시 투자자들의 '비이성적 열기'는 구조조정에 대한 낙관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의 불투명에서 비롯되고 있다.
구조조정 작업과 상생(相生) 여부가 의문시 되는 각종 경기부양책과 시장 활성화 조치들이 잇따르고 있는 것을 투자자들이 간과할 리 없는 것이다.
자칫 지난해 증시 꼴이 나는 게 아닌지 두려울 뿐이다. 일년 새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바람에 '개미'들의 피해가 막심했고, 국가적으로 도덕적 해이와 정부에 대한 불신만 증폭시켰다.
증시 활성화가 불가피하더라도 완급을 조절하는 정책역량이 뒷받침되어야 함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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