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이요? 요즘 세상에 그런 일이 가능합니까? 서울시는 옛날의 복마전이 아닙니다."지난해 10월 서울시가 119종합방재전산정보시스템 구축사업을 추진하면서 유령 인건비를 지급하고 물품대금도 부풀려 60여억원의 혈세를 낭비했다고 보도(본보 2000년 10월2일자 23면)했을 당시 시는 관련 내용은 인정하면서도 "담당 공무원의 뇌물수수만은 전혀 없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소비자가격이 대당 300여만원인 TV를 500여만원이나 주고 산 것도 "담당 공무원이 전문지식이 부족해 업자들의 말만 듣다보니 생긴 일"이라며 억지를 부렸다.
삼척동자라도 뇌물이 오가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임을 알 수 있는데 유독 서울시만은 '우리는 깨끗하다'며 애써 외면했다.
그러나 시의 이러한 호언장담은 3개월도 안돼 '헛소리'로 밝혀졌다. 119전산화 사업과 관련, 전ㆍ현직 담당 공무원 4명이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것이다.
검찰 조사 결과 당시 공사를 감독한 한 8급 공무원은 업체에서 수시로 용돈 등의 명목으로 무려 7,500여만원이나 챙겼고 다른 공무원(5급)도 4,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사업자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2위인 업체가 순식간에 1위로 둔갑하는 일까지 있었다.
그동안 서울시가 비리척결 운운한 다짐들이 얼마나 공허한 말에 불과했는지를 입증하는 대목이다.
이런 사실이 보도된 17일 서울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한 간부는 "그럴리가 없는데."라며 아직도 문제를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시가 깨끗해졌다고요? 허 참, 소도 웃겠네요.
이번에 나온 건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기업 간부의 지적이다.
사회부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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