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동해안을 지나다가 운 좋게 고래 구경을 했다. 삼척 해안도로를 달리다 점심을 먹으려고 작은 포구마을에 들어갔는데, 부두에 엄청나게 큰 생선이 한 줄로 누워 있는 것이 보였다.신기한 생각에 가까이 가 보니 어른 키 보다 큰 돌고래였다. 경매가 막 끝났는지, 고래 등에는 일련번호가 적힌 쪽지가 붙어 있었다.
가까운 곳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와보니 고래는 간데 온데 없었다. 우리 근해에서 고래가 잡힌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 후 동해안에서 가끔 고래에 관한 뉴스가 날아왔다. 정치망에 걸린 밍크고래 새끼를 건져올린 어부가 횡재를 했다느니, 천수를 다 하고 죽은 고래 시체가 백사장에 밀려와 가난한 어촌에 고래고기 잔치가 벌어졌다느니 하는 얘기들이었다.
그런 일은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행운이겠지만, 씨가 말라 간다 던 고래가 돌아오는 징조가 아닌가 해서 더 관심을 모았다. 그러더니 지난해부터는 고래 떼로 인한 피해 기사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동해안 오징어잡이 어민들은 애써 불을 밝혀 오징어를 모아놓으면 고래 떼가 나타나 오징어를 잡아먹어 피해가 크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최근 KBS 다큐멘터리 프로에 수백마리의 고래 떼가 동해를 헤엄치는 장관이 방영되었다. 국립수산진흥원은 지난해 여러 차례 현장조사를 통해 현재 우리나라 동ㆍ남해에 밍크고래를 중심으로 31종 11만여마리의 고래가 서식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포경금지에 관한 국제협약 15년의 결실이다.
■동해에는 까만 옛날부터 고래가 많았다. 선사시대 유적인 울산 반구대 암각화(국보285호) 296점 가운데 고래류가 58점으로 가장 많다는 최근 조사결과를 보아도 동해남부 해안이 그때부터 고래잡이 명소였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성급하게 포경금지 해제 운운하는 것은 눈 앞의 이익에만 눈 먼 발상이다. 고래 보호에 모범을 보여야 포경해금 때 어획쿼터를 늘릴 수 있다.
고래관광선 운항, 고래축제 같은 일부 지자체 수익사업도 이웃나라 동향을 참고해 결정할 일이다.
/문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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