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십조 원대 시장을 잡아라!'차세대 이동통신(IMT-2000) 시장을 겨냥한 통신 장비ㆍ기술 업체들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선진 외국 업체들도 국내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 경쟁을 가열시키고 있다.
▲관건은 기술력이다
음성통화 위주의 기존 이동전화와 달리 IMT-2000의 핵심은 고속의 무선인터넷 서비스.
따라서 교환기 기지국 등 기반 장비와 단말기는 물론, 동영상 보안 등 솔루션 분야에서도 고도의 기술이 뒷받침돼야 제대로 된 서비스가 가능하다.
비동기 서비스 연기론, 동기식 그랜드 컨소시엄 추진 등 최근 IMT-2000과 관련해 벌어지는 여러 논란의 뿌리도 결국 기술력의 문제로 귀결된다. 전문가들은 "소모적인 논쟁만 거듭할 것이 아니라 국내 기술 기반을 다지는데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말한다.
▲국내 기술 현황
가장 큰 문제는 비동기의 경우 시장은 크지만 국내 기술력이 뒤떨어지고, 동기의 경우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마땅한 사업자가 없다는 점이다.
국내 1,2위 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과 한국통신이 비동기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장비ㆍ기술 업체들은 비동기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LG전자를 제외하고는 2002년 5월로 예정된 서비스 개시 때까지 상용 제품을 내놓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도 최근에야 비동기 장비 개발을 위한 1차 테스트베드를 구축했다. 비동기 상용서비스를 2003년으로 1년 가량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서비스를 연기할 경우 기술 개발이 더 늦어질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기술 개발에 역할을 모으고 시기 문제는 향후 재론해야 늦지 않다는 주장이다.
시스템 운용 소프트웨어나 인터넷 솔루션 분야 기술도 아직은 걸음마 단계. 이에 따라 SK텔레콤과 한국통신은 기술 제휴 업체들에 자금을 지원, 기술 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정보통신부도 차세대 소프트웨어 개발에 2002년까지 1,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외국 업체들이 몰려온다
국내 시장은 그 자체로도 성장 잠재력이 높은데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 인접해있어 선진 외국 업체들의 관심이 매우 높다. 에릭슨은 지난해 말 비동기 시스템 시연 행사를 열고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노키아도 SK텔레콤과 기술 제휴를 맺었고 올해 IS-95C를 시작으로 단말기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모토로라 루슨트테크놀로지 등도 국내 기술 인력을 대폭 늘리는 등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 업체의 진출을 무조건 경계하기보다 이들과 제휴 협력을 강화, 기술 이전 등을 통해 얻을 것은 얻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SKT·한통 준비는 어떻게 되나
비동기 사업자로 선정된 SK텔레콤과 한국통신은 요즘 법인 설립 준비로 바쁘다.
한국통신 IMT는 내달 초 지분 5%에 대한 국민주 청약을 거쳐 3월 초 설립될 예정이다. 초기 자본금은 5,000억원. SK IMT는 내달 초 자본금 3,000억원으로 출범한 뒤 2004년까지 3차례 유상 증자 때 증자 물량의 3%를 일반 주주에 배정할 계획이다.
양 사는 이에 따라 컨소시엄 참여 업체들에 내달 초까지 자본금 및 출연금(1조3,000억원) 분담액을 납부하도록 통보했다. 그러나 자금난을 겪고 있는 일부 중소ㆍ벤처 기업들의 지분 축소 또는 참여 포기가 예상돼 이른바 '실권주' 처리 문제가 새 변수로 떠올랐다.
서비스 시기는 양 사 모두 당초 예정된 '2002년 5월'로 잡고 있다. 그러나 비동기 국산 장비 개발 속도 등 변수가 많아 6개월~1년 가량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이상철(李相哲) 한국통신 신임사장은 이달 초 "정부와 협의해 연기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양 사는 첫 해 수도권과 광역시, 월드컵 개최지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뒤 점차 지역을 넓혀 2년 안에 전국 망 구축을 완료할 계획이다. 시장 점유율은 SK IMT가 2002년 46.4%, 2007년 47.8%, 한통 IMT는 2002년 34.2%, 2005년 35.7%를 목표로 설정했다.
소비자들의 최대 관심사인 요금에서는 양 사의 전략이 대조된다. SK IMT는 가입비 2~3만원, 월 기본료 1만950원 등 초기 비용을 대폭 낮춰 기존 이동전화 고객의 전환 가입을 유도할 계획이다.
반면 한통 IMT의 경우 가입비(5만원)와 기본료(1만6,000원)는 2세대와 비슷하게 하되 음성과 데이터 통화료를 각각 현재 수준의 60~90%, 21%로 낮춰 실질적인 혜택을 준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 계획이 실제로 지켜질 지는 미지수다.
■동기식 '그랜드 컨소시엄' 성사될까
동기식 IMT-2000 사업권의 향방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른 '동기식 그랜드 컨소시엄' 구상이 관련 당사자간 동상이몽(同床異夢)으로 헛돌고 있는데다 LG가 '동기식 불가' 고집을 꺾을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랜드 컨소시엄'안은 퀄컴이 동기 사업자에 대한 지분 참여 의향을 전하면서 급부상했다.
정통부는 퀄컴을 매개로 한 하나로통신 주도의 한국IMT-2000의 확대, 재편을 기대하고 있다. 반면 퀄컴은 정통부의 바람대로 미 버라이존, 일본 KDDI 등 해외 사업자들까지 끌어들이려면 삼성전자 등 주요 업체들이 참여하는 강력한 컨소시엄 구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서비스 사업에 진출할 뜻이 전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랜드 컨소시엄이 무산되고 LG도 끝내 동기 사업을 외면할 경우 3월에도 동기 사업자 선정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정통부는 '동기-비동기 병행 육성'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궁지에 몰리게 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정통부가 그랜드 컨소시엄 성사를 위해 포철 등 비동기 참여업체의 동기 중복참여 허용을 검토 중이라는 설이 나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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