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대선후 뉴욕 타임스(11월19일자)에는 세계적 석학이자 국내에도 팬이 많은 폴 크루그먼 MIT대 교수의 '두명의 래리(The Two Larrys)'란 칼럼이 실렸다.두 래리(로렌스의 애칭)는 바로 클린턴 행정부의 로렌스 서머스 재무장관과 차기 부시 행정부의 로렌스 린지 백악관 수석경제보좌관. 하버드대 재정학교수 출신들로 이름마저 똑같은 두 사람은 각각 다른 정권에서 최고 경제사령탑을 맡게 돼 흥미로운 비교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다.
크루그먼 교수의 인물평가는 대조적이었다. "서머스는 정치성이 없던 당대의 석학이다. 반면 린지는 강의를 하면서도 마음은 늘 딴 곳(레이건 행정부)에 가 있었다." 그러나 크루그먼 교수의 비판은 린지 개인 보다는 부시 행정부를 겨냥하고 있었다.
"정치로부터 독립적이었던 서머스에게 경제를 맡겼던 클린턴과는 달리 부시는 정치색 짙고, 그런 경력만을 가진 린지를 찾았다.
부시 가문의 후원으로 커온 정치 성향의 린지를 중용한 것은 부시 행정부가 전문성(expertise) 보다 충성심(loyalty)에 가치를 두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것은 끔직한 선택이다."
경제란 정치논리와 멀수록 좋고, 정치로부터 경제를 보호하려면 먼저 경제팀 면면부터 정치와 거리를 두도록 해야 한다는 것은 미국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크루그먼 교수 특유의 독설과 반(反)공화당 정서까지 수용할 필요는 없지만, 그의 해석은 또다시 경제팀 개편설에 휘말린 우리에겐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경제는 냉각되고 정쟁은 가열되는 지금, 그러나 공동여당의 공조증명을 위해 정치인의 경제팀 전진배치론이 고개를 드는 지금, 과연 우리는 전문성과 충성심, 경제적 고려와 정치적 배려 가운데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까.
이성철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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