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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李총재 회견과 한파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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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李총재 회견과 한파정국

입력
2001.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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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연두 회견은 한파 정국의 지속을 예고한다. 회견의 요지는 여당이 강하게 나오니까 우리도 강하게 나가겠다는 것이다.김대중 대통령이 연두 회견에서 밝힌 '강한 정부ㆍ강한 여당'을 그대로 본 받았다. 여야 지도자끼리 주거니 받거니 하는 식의 '강 대(對) 강의 정치'에 애꿎은 국민만 피곤하게 생겼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듯, 당하는 것은 결국 경제의 주체인 기업과 가정을 꾸리는 국민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해, 한파 정국이 야당만의 책임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여당이 원인제공을 한 측면이 없지 않은 탓이다.

이 총재는 검찰의 안기부 선거자금 수사를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몰아 붙였는데, 그것도 나름대로 일리는 있다. 이런 논거를 배경으로 객관적 수사를 위해 특검제를 도입하되, 형평에 맞도록 과거의 정치자금을 전면 수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런 제안은 일견 '나만 당하기 싫으니까 너도 당해야 한다'는 식의 맞불전략이거나, 또는 '수사의 초점을 흐리기 위한 물타기가 아니냐'는 지적을 들을 만하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마냥 배척당할 것 같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우리의 정치 풍토상 정치자금 문제에 있어 자유스러운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많고 적고의 차이가 있을 뿐 정치자금의 원죄(原罪)는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요즈음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 안기부 돈 수사가 형평에 맞다거나,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주장할 수 만도 없게 되어 있다.

리스트의 신뢰성 문제, 자금의 성격을 둘러 싼 논란, 그리고 몸통보다는 곁가지에 흐르고 있는 듯한 정황 등, 순수성에 의문을 제기할 만한 일들이 중첩된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여야가 이처럼 강대 강의 기세싸움으로 나가는 것은 드러내지 않는 뭔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차기 정권 문제로 보고 있다. 여당은 벌써부터 정권 연장을, 야당은 정권탈환을 정치의 최우선적 가치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이 판에 국가경제나 국민이 안중에 있을 리는 없다. 여야가 상대에게 치명타를 가하는 일, 기세를 선점하는 일 등에 매달리는 것이 바로 이런 데 연유한다는 해석이 그래서 타당하다.

이 총재가 밝힌 심경의 일단이 여운으로 남는다. "나도 여야가 죽기 살기로 대치하는 게 정말 싫다.." 여야간의 죽기 살기식 싸움을 말려줄 사람은 없는가. 국민의 탄식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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