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16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강조하고 싶어했던 대목은 "의원 꿔주기와 안기부 선거자금 수사 등 야당 탄압은 현 정권의 경제실정을 호도하고 정계개편과 장기집권을 도모하려는 저의에서 비롯됐다"는 것이었다.회견 첫 머리의 상당부분을 잘못된 경제정책 비판에 할애한 것이나, 안기부 자금 등 모든 정치자금 수사를 특별검사에게 맡기고 정치권은 민생문제 해결에 전념하자고 제의한 것 등은 "경제를 내 팽개친 채 정쟁에 몰두하는 여권을 질타하는" 책임있는 수권주자의 면모 부각이 주 목적이었다.
"국가 위기는 야당 탓이 아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필요이상 장황한 논리전개를 한 것은 여권의 '발목잡기론'에 대한 이 총재의 부담 정도를 보여주었고, "단호히 맞서 싸울 것"이라는 의지표현 수준에서 투쟁강도를 조절한 것은 장기전 대비 포석이었다.
-선거 자금 수사와 관련, 당사자들을 검찰에 출두시킬 용의는.
"검찰이 제자리에 서 있으면 특검의 특자도 꺼내지 않겠다. 중립을 믿을 수 없다.
야당 의원들의 계좌를 추적하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리스트를 흘려 흠집냈다."
-한나라당이 먼저 15대 총선 자금을 밝힐 용의는 없나.
"총선 자금에 안기부 예산이 들어 있는지 우리로서는 알 수 없다. 안다면 당당하게 밝히겠다. 검찰이 예비비, 청사 신축자금, 불용액 등등 말을 바꾸고 있다."
-안기부 자금 수사와 관련, 김영삼 전대통령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지금 당장 만나면 공동 전선을 편다는 억측이 돌 것이다. 시기를 봐서 정치경륜 있는 분들을 뵙겠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방문에 대해 당내에 반대 의견이 있는데.
"김대중 대통령이 먼저 북한에 가서 회담했다. 이러한 틀에서 남북 대화가 계속된다면 김 위원장이 오는 게 순서라고 생각한다. 방문에 반대 않는다. 그러나 6ㆍ25와 아웅산 사태, KAL를 폭파에 대해서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한 진솔한 사과와 의사표시가 있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이 언론 개혁을 언급했다. 지금의 언론 상황을 어떻게 보나.
"권력자가 언론 개혁을 말하는 것을 순수하게 보지 않는다. 개혁은 권력자가 하는게 아니라 당사자가 동참해야 한다. 대통령이 구태여 말할 필요 없다."
-장외투쟁 계획은.
"본회의와 상임위 개최를 요구하고 있고, 한빛 게이트와 공적자금 특위가 가동중이다.
원내에서 우리 주장을 관철할 것이다."
*부산 규탄대회 참석
이 총재는 이어 아닐 오후 부산 상공회의소 강당에서 열린 "김대중 신독재 장기집권 음모 분쇄 규탄대회"에 참석, "지난 2년반 동안 우리는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싸움을 해왔고, 이제 끝나 간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며 "현 정권은 한나라당을 분열시켜 거대여당을 만들려는 음모를 진행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홍희곤기자
hghong@hk.co.kr
부산=박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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