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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열 칼럼] 正答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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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열 칼럼] 正答은 있다

입력
2001.0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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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 때문에 미치겠습니다"작년 1월26일 당시의 김태정 검찰총장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한 말이다. 비리에 연루된 국회의원 10명의 체포동의안을 국회가 처리해 주지 않아 일을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방탄(防彈) 국회'를 나무라며,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이 국회의원 면죄부냐'고 쏘아 붙였다.

이 때의 체포동의안은 흐지부지 넘어갔다. 그 직후 김 총장은 임기를 몇달 앞두고 법무부장관으로 입각했으나, 이른 바 '옷 로비 사건'으로 낙마, 국회 청문회에 불려 나가는 수모를 겪었다. 그는 속으로 '미치겠습니다'를 다시 뇌었을지도 모른다.

세상이 하도 빨리 변하니까, 작년 이맘 때의 검찰총장 기자회견은 벌써 '묵은 일'같다.

그러나 지난 8일 박순용 검찰총장의 느닷 없는 기자회견이, '묵은 일'이 결코 '묵은 일'이 아님을 일깨운다.

그는 이른 바 안기부 자금 유용 사건은 국고예산 횡령이라는 범죄사건임을 강조하고, 야당의 수사협조를 당부했다.

작년이나 금년이나, 일의 되어감 새는 꼭 같다. 역시 방탄국회가 열려 있고,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이 정쟁(政爭)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정치권 '검은 돈'이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검찰의 편파수사 의혹이 사람들을 혼란케 한다. 여론은 검찰총장의 기자회견 발언에 일리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그 느닷 없음을 미심쩍게 여긴다.

그래서, '묵은 일'을 거론 한 김에, 다른 나라의 '묵은 일'을 여기 옮겨 본다.

작년 정월 초하루 미국의 뉴욕 타임즈는 부보(訃報) 하나로 한 면을 채웠다. 닉슨 대통령 때의 법무부 장관(검찰총장) 엘리어트 리쳐드슨의 사망기사였다.

그는 73년 워터게이트 사건의 특별검사 아치볼드 콕스 변호사를 해임하라는 대통령 지시를 거부하여 파면된 사람이다. 그는 이 때 일을 이렇게 회고했었다.

"생각을 거듭할수록, 일은 분명했다. 수사에 대한 신뢰는 수사의 독립성에 달렸고, 그것은 실제가 그럴 뿐 아니라 모양도 그래야 한다는 것이었다"

콕스 특별검사는 리쳐드슨 장관 파면 뒤 결국은 해임이 된다. 그러나 리쳐드는 장관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양식이 결국은 닉슨 대통령의 사임을 가져 왔음을, 뉴욕 타임즈는 역사로 기록한 것이다.

그런데, 덧 붙일 것은 특검제도에 관한 콕스 변호사의 소견이다. 워터게이트 사건 후 20여년을 지나, 특검 제도 폐지 논의가 한창이던 작년 봄, 그는 뉴욕 타임즈 기고를 통하여 대통령 등 권력형 비리를 사정(司正)할 방도를 제시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특검제도가 꼭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법무부(검찰청)의 전담 부서가 제 역할을 다 하면 된다. 다만 여기에는 조건이 있다.

그 부서장은 행정부에서 임명하되, 국회인준을 받는다. 정치권을 포함한 외부 영향을 차단할 장치를 마련하고, 검사 동일체(同一체) 원칙에의 예외를 인정한다. 수사종결등의 중요사항은 특별 위원회 의결을 거치도록 하며, 그 사항은 공개 성명을 통해 여론의 검증을 받는다.

결국은 미국에서도 이 정도의 장치가 있어야 정치적인 사건 수사의 공정성-리쳐드슨이 얘기한 실제와 모양새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가 있다는 얘기이겠는데, 수사의 공정성이 그 만큼 요긴하다는 얘기도 된다.

여기서 깨닫는 것은, 새 해에 우리가 겪고 있는 정치적 사건의 불행은, 그 내용의 심각함만이 아니라, 이를 파헤치는 사정 칼 날이 쓰임이 미덥지 않다는데도 있음이다.

그래서 생각하는 정답 중의 하나는 야당이 제기하는 특검제다. 그게 정 마땅치 않다면, 시민단체들이 청원하고 있는 부패방지법중의 비리 조사처 신설이 있다.

콕스 변호사의 생각과 다를 것이 없다. 이런 방안을 다 마다 하면서, 대통령이 아무리 '법대로'를 외쳐도 설득력을 지니기는 어렵다.

짐작컨대, 이번 사건역시 정쟁이나 부추기고, 정치권 정화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하면서 남는것은 이 정부의 국정수행이 매우 정략적이었다는 낙인 뿐일 것 같다.

김창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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