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 당국자는 "시인도 부인도 않는 것은 사실상 시인"이라고 말했다.○.청와대는 이날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방북 문제를 논의했으나 김하중 외교안보수석은 "중국과 북한이 발표할 때까지 우리가 언급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만 밝혔다.
김대중 대통령도 전날(15일) 성우회 오찬에서 "김 위원장이 머지않아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이는 김 위원장의 방중을 우회적으로 확인해 준 것이라는 설명이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의 방중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김 위원장이 중국의 상업 도시들을 방문한다는 사실을 개혁ㆍ개방의 노선을 택하기 위한 현장 답사이자, 서울 답방을 앞당기기 위한 중국과의 의견 조율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외교부 관계자도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20일 출범을 앞둔 조지 부시 미 행정부에 모종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목적"이라며 "향후 북미 관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는 올 신년사, 김 국방위원장의 '신(新)사고' 관련 어록을 게재한 1월 4일자 노동신문, 잇따른 대남 제의 등 최근 북한 동향을 재검토하면서 이번 방중이 한반도정세와 북한의 대남정책에 미칠 영향을 가늠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제 우리 정부가 관심을 가질 부분은 김 국방위원장의 중국 발언 내용"이라며 "김 국방위원장이 중국식 개혁 개방 정책의 상징 지역인 상하이(上海) 푸동(浦東) 지구 등을 방문하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 내에는 신사고를 강조하고 있는 북한의 행보를 개혁 개방의 분격적 신호로 보려는 시각과, 경제회생을 위한 자구적 몸부림으로 국한하려는 시각이 병존해 있었으나, 이번 방중을 계기로 개혁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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