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신정동에 법원지원과 검찰지청이 나란히 서있다. '진명여고앞 네거리'의 쌍둥이 건물이다.이곳은 원래 대학병원이 들어설 자리로 잡혀있었을 만큼 땅이 넓다. 법조 청사는 지난해 완공됐다. 지하철역이 가까워 인근 목동아파트 주민이 매일 출퇴근 때 청사 앞을 지나가게 된다. 청사가 들어선 이후 동네 모습이 한결 상쾌해졌다.
■청사 안팎의 조경이 시원시원하고, 개방형 울타리도 시민 친화적이다. 덕분에 재개발 바람이 불어 주변일대도 말끔하게 단장되고 있다.
변호사 사무실과 민원인 등 유동인구가 늘어나면서 지역상권도 활기를 띠고 있다. 처음에는 '정부종합청사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웅장한 위용이 거부감을 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러모로 지역발전에 유익해 주민들은 청사 개설을 모두 반겨왔다. 그런데 요즘 이곳 주민들은 청사 앞길을 되도록 피해서 돌아간다. 최근 큰 눈이 잇따라 내린 다음부터다.
■청사 울타리를 따라 놓여있는 긴 인도(人道)는 15일 오전 현재까지 그야말로 '스케이트장'이다.
쌓인 눈이 얼어붙어 일주일 넘게 빤질빤질한 얼음판인데도 지원, 지청측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요지부동이다.
청사 구내로 들어가는 자동차 진입로만 빠끔하게 눈이 치워져 있는 것이 얄밉기도 하다. 사정 모르고 이곳 빙판길에 오른 행인들은 '여기가 뭐 하는 데야'하는 식으로 청사를 한번씩 쏘아보곤 한다. 하다못해 모래라도 뿌려야 하는 게 아니냐는 투다.
■민간업체와 상인들이 망치와 끌까지 동원해 자기집 앞길 얼음을 깨내고 있다는 매스컴 보도도 이곳 법조타운에는 마이동풍이다.
외국에서는 주변의 제설의무 구역까지 법규로 정해져 있다. 바로 그런 선진사회의 법질서 의식을 깨우치고, 일으켜야 하는 곳에서 빙하시대가 펼쳐지고 있으니 유감이다.
더 우울하게 하는 것은 그런 속에서 우리 미래를 짊어질 젊은 판사 검사들이 자라나고 있다는 것이다.
송태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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