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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시민운동 때리기,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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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시민운동 때리기, 이제 그만

입력
2001.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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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민운동이 다시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경실련이 정부투자기관에 후원금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면서 같은 시기에 각 정부투자기관장 판공비 사용내역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는 사건 전말이 4일 방송과 신문에 보도됐다.13일에는 '소비자만족대상'을 받게 해주는 대가로 거액을 받은 한 여성단체 임원에게 5년의 중형이 선고됐다는 기사도 실렸다. 이런 기사들은 시민운동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키고 있다.

자리 잡는데 시간 필요

지난해 총선연대의 활약 이후로 흔히 시민운동을 행정_입법_사법_언론에 이어 제5권력으로 지칭하는 이들이 있다. 더불어 언론에 의한 '시민운동 때리기'도 본격화했다.

총선연대의 낙선운동에 참여한 한 여성단체가 정부로부터 30여억원의 지원비를 받았다고 한나라당이 발표했고 이 무책임한 발언이 만들어낸 시민운동에 대한 오해는 아직까지 큰 부담으로 남아 있다.

97년 말 IMF 관리체제가 닥치자, 여성가장 생계비 지원을 대행한 것이 이런 황당한 억측으로 둔갑한 것이다.

물론 시민사회단체가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성역에 있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시민단체는 항상 비판에 열려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시민사회단체의 생명인 투명성, 공정성, 도덕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활동가나 지식인들 역시도 이 지상으로 떨어진 우주인이 아니라, 한국 최근세사의 '때묻은 민주주의'속에서 함께 부대끼며 살아온 존재들이다.

따라서 시민운동에 소속된 사람들 역시 비민주적인 환경에서 성장하면서 비민주성을 내면화해왔던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시민운동가가 지니는 차이는 바로 이런 한계를 지닌 자신을 스스로 성찰하고, 이를 변혁하려 한다는 점이다.

또한 NGO 단체 중 상당수는 과거 독재정권 아래에서 위로부터 조직된 관변 조직이고, 그 지도자의 대다수는 정계 진출의 야심을 지녔거나 경제력을 이용해 명예를 얻으려는 사람이었다.

이런 관변 단체 때문에 NGO에 대한 국민의 인상은 여전히 좋지 않고, 그것이 제대로 된 시민운동의 모습을 갖추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어서, 이에 대한 국민의 인내심도 필요하다.

그러나 시민운동에 대한 언론의 비판은 때로는 너무 과장되고 사회 지도층에 대한 국민의 불신감과 쉽게 접속돼서 정치 허무주의를 조장한다.

경실련이 후원금을 모집하는 방법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경실련이 이를 받아 부정한 일에 사용하거나 착복한 것은 아니었다.

사실 시민운동을 비난하는 일간지나 방송사 언론인의 월급을 시민운동가의 30만~80만원의 급료와 비교해본 적이 있는가?

국민을 충격 속에 몰아넣은 총선연대 대변인 장원씨의 성추행은 비판받아 마땅한 행위였지만, 한 시민운동가의 잘못된 행동이 전체 시민운동의 도덕성과 바로 연결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사건은 총선 이후 시민운동이 추진코자 했던 정치개혁운동의 출범을 지연시켰다.

지나친 비판 허무주의 조장

최근 독일 총리 슈뢰더는 '시민적 시민사회'를 표방하면서, 시민단체에 대한 국가 지원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이는 시민단체의 활성화가 국가가 들여야 하는 복지비용을 상당히 낮출 수 있다는 간단한 계산법에서 나온 조처였다.

이러한 비용절감의 효과에 못지않게 시민운동의 활성화는 그 나라의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여부를 재는 척도이다. 따라서 국민의 기부문화가 활성화해야겠지만, 이에 못지않게 시민운동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지원비를 대폭 늘리고 프로젝트 비용의 일정 부분을 운영비로 쓸 수 있게 해주고 실제로 시민운동다운 시민운동을 하는 단체에 집중 지원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시민운동단체를 선거운동의 잠재적 지원세력으로 활용하려는 안이한 발상을 버려야 한다.

정현백ㆍ성균관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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