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지마 시게유키(岡島成行)는 일본 요미우리 신문에서 30년간 주로 환경문제를 취재해왔던 언론인이다.신문사에서 퇴직한 후 아오모리 대학의 교수로 재직하면서 '일본환경교육포럼(JEEF)'이라는 NGO를 이끌고 있다.
그는 중국을 많이 여행했고, 또 대륙의 환경문제에 아는 것이 많아 보였다. 작년 일본에서 열린 한중일 3국 환경교육 심포지엄에서 그와 여담을 나누면서 한가지 물어보았다.
"보통 일본인들은 중국의 환경문제에 어떤 관심이 있느냐?"황사(黃砂)와 산성비를 염두에 두고 던진 질문이었다.
그런데 그의 대답이 조금 의외였다. "일본 사람들은 동중국해에 살고 있는 물고기가 없어질까 봐 걱정하고 있다. 양쯔강을 막는 싼샤(三峽)댐이 일본 주위의 바닷물을 변화시킬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다"
재작년인가, 양쯔(楊子)강이 범람했을 때 제주도 근해에서 고기가 잘 안 잡힌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싼샤 댐이 일본 식생활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고기 씨를 말릴까 걱정한다는 얘기는 우리 걱정과 다른 새로운 관심거리였다.
같은 회의에 참가한 중국대표에게 물어 보았다. "앞으로 중국에서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는 환경문제가 뭐냐, 황사와 산성비가 아니냐?"
그 중국인은 황사문제를 사막화(沙漠化)로 설명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대기오염 정도의 개념과는 달랐다."사막이 해마다 베이징으로 접근해 오고 있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지만 그건 중국북부지방의 문제다.
중국 대륙 전체로 볼 때 21세기 최대 환경문제는 물 부족이다. "이 대답은 중국인의 인식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였다.
거대한 양자강을 막는 싼샤 댐의 대역사(大役事)에 매달리는 중국정부의 속마음을 감지할 것 같았다.
충주호의 10배가 넘는 292억 톤의 물 자원을 확보하고 1,000메가와트 짜리 원자로 18개에 해당하는 수력발전을 생산해서 중국전력 수요의 11%를 확보할 요량이다.
더구나 중국은 지금 동부해안에 국한된 산업화를 중국내륙으로 확산하는 서부개발의 야심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양쯔강 하구에서 무려 2000km 상류에 건설될 이 댐이 서부개발에 탯줄의 역할을 부여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중국 정치인들에게 환경재앙을 경고하는 세계 여론이 들릴 리 없을 것이다.
중국의 산업화는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우리가 경제정책을 전략적으로 잘 세운다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남한의 100배나 되는 땅에 13억 인구가 우리나라 같은 산업화 도시화 열풍을 몰고 올 때 환경파괴와 오염이 어떤 지경에 이를까 상상해보면 그렇게 유쾌하지만 않다.
중국인들도 서부개발에서 파생될 환경문제를 걱정한다. 그러나 걱정하면서 일을 저지르고 나중에 큰 비용을 치르는 것이 개도국의 개발행태다.
신년호 뉴스위크지 권두 컬럼에서 "이제 자연은 사라졌다"는 구절을 읽었다. 인간의 영향력이 대양의 고래에서 성층권의 대기구조에 까지 뻗쳐 있는 지금의 세계를 '포스트 자연'(Postnatural)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은 재미있고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다.
물론 이 컬럼은 이제 인류는 문명을 포기하고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으며 과학기술로 '포스트자연'시대를 열어갈 수 있다는 낙관론을 펴고 있다.
?샤 댐 건설로 일본인들이 걱정하는 것같이 고기 씨가 마를지, 우리나라 장마철이 변할지 예측할 수는 없다.
그러나 베이징에서 한 마리 나방의 날개 짓이 얼마 후 뉴욕에서 폭풍으로 변할 수 있다는, 소위 로렌츠의 '나비효과'가 현대과학의 이름으로 신뢰를 얻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과연 인류가 손아귀에 들어온 자연을 잘 통제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김수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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