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설과 연이은 강추위로 골절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종합병원 응급실마다 평소보다 6~7배나 많은 골절 환자가 몰려 일손이 달릴 지경이다. 서울 세란병원 응급실 오진호 과장은 "요즘 거의 매일 7~8명의 골절 환자가 찾아 온다"며 "눈길에 넘어지면서 손을 짚거나 엉덩방아를 찧어 손목이나 엉덩이에 골절상을 입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특히 골다공증이 있는 중년층과 노인들은 뼈와 근력이 약해 빙판과 눈길에서 몸의 균형을 잡기가 어렵다. 가볍게 넘어지거나 엉덩방아만 찧어도 쉽게 골절이 일어날 수 있다.
이 중 가장 흔한 게 척추의 압박골절, 엉치뼈 주위 골절 , 손목 골절 등이다.
노인 골절의 가장 큰 문제는 본인은 물론 가족들까지 아주 가벼운 외상으로 여겨 "설마 뼈가 부러졌으랴"하고 단순 타박상으로 간주하기 쉽다는 것. 노인 골절은 진단과 치료가 늦어질 경우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정문상ㆍ이춘기ㆍ김희중 교수의 도움말로 골절의 예방과 치료법을 알아본다.
■손목 골절
모든 골절의 6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흔한 골절. 특히 60세 이상 여성에서 많이 생긴다.
과거엔 특별한 치료 없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여겨 석고 고정을 하는 정도에 그쳤다. 그 결과 손목이 변형된 형태로 치유돼 손목 기능에 장애가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 손목이 변형되면 가벼운 일상생활은 가능해도 스포츠나 적극적인 활동엔 어려움이 따른다. 최근엔 삶의 질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수술 기법이 향상되면서 손목 골절도 손상 전 상태로 치료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손목 골절은 골다공증이 있는 노인들이 미끄러운 길에서 넘어지면서 손을 짚을 때 많이 생긴다. 손목 부위에 통증이 생기고 부어 오르며 피멍이 들거나 손목이 포크처럼 변형된 모습을 보이는 게 특징. 그냥 방치할 경우 많이 어긋나지 않은 골절이 다시 충격을 받아 심하게 비틀어지거나 날카로운 골절편이 주위 조직을 손상시킬 수 있다. 따라서 골절 직후 즉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손목을 짚고 넘어진 경험이 있는 노인이 만일 손목이 아프고 부어 오르면 지체 없이 병원을 찾아야 한다.
치료에는 수술과 비수술적 방법이 있다. 비수술적 치료는 어긋난 뼈를 바로 잡은 뒤 석고 부목 등으로 6~8주 고정한다. 심한 경우엔 수술이 필요하다. 수술에는 골절된 부위의 뼈를 손으로 맞추고 핀(pin)으로 고정하는 방법, 뼈를 손으로 맞추고 외고정 장치에 의해 고정하는 방법, 손상 부위를 절개해 내(內)고정을 하는 방법 등이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사전 예방이다. 노인들은 아침에 일어날 때나 ,앉았다가 일어날 때 갑작스럽게 동작을 취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외출할 때는 폭이 넓은 신발을 신어야 평형을 유지하기 쉽다. 실내에선 하루 3회, 15분 정도씩 가벼운 도수체조를 하는 게 좋다. 날씨가 춥다고 노인들의 활동을 막는 것은 오히려 골다공증을 심화시켜 약한 충격에도 골절을 유발할 수 있다.
■척추 압박골절
남녀 모두 40세 가 넘으면 골밀도가 떨어진다. 특히 여성의 경우 폐경 전후에 급격히 감소한다. 골다공증이 있으면 가벼운 충격에도 척추에 골절상을 입기 쉽다. 척추를 다치면 심한 요통 탓에 앉거나 서기가 힘들며 심지어 잠자리에서 돌아눕기도 어렵다.
이렇게 심한 허리 통증은 2~3주 계속되며, 그 후 점차 감소하나 두 달 이상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환자에게 수술을 하는 경우는 드물며, 대부분 보존적 치료를 한다. 골절 직후 심한 통증이 어느 정도 감소될 때까진 휴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노인이 장기간 안정을 취할 경우 근력 약화, 욕창, 폐렴 등의 합병증이 생길 수 있어 가능한 한 1주일을 넘지 않는 게 좋다. 안정기엔 통증완화 목적으로 소염진통제를 사용할 수 있다.
가능하면 보조기, 코르셋을 착용한 후 조기에 활동을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
전문의 처방에 따라 칼슘이나 여성 호르몬제재 등을 사용할 수도 있다.
■엉덩이 골절
노인층에서 주로 발생한다. 특히 겨울철에는 기온이 낮아 근육이 긴장된 상태이기 때문에 골절의 위험이 더 높다. 엉덩이 골절을 예방하려면 칼슘을 충분히 섭취하고 꾸준한 운동을 통해 근력을 유지해야 한다. 빙판길을 걸을 때는 얼굴을 앞으로 약간 숙이는 게 바람직하다. 골다공증이 심한 경우엔 뼈의 강도를 높여주는 별도 치료가 필요하다.
엉덩이 골절이 생기면 통증 때문에 움직이지 않고 누워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 자세로 가만히 누워 있으면 피부가 짓물러 욕창이 생기고, 가래 배출이 잘 되지 않아 폐렴이 생기기 쉽다. 또 배변이 원활하지 않아 방광염과 변비가 생기며 치명적 합병증인 패혈증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엉덩이 골절 치료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환자를 빨리 움직이게 만들어 합병증 발생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골절 부위가 움직이지 않도록 통증을 없애주는 게 중요하다. 수술이 불가능할 정도로 몸 상태가 나쁘지 않다면 골절 부위를 금속으로 단단히 고정하거나 인공관절로 바꿔주는 수술이 필수적이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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