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미 대통령 당선자는 최근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로버트 죌릭을 지명하고 상무장관으로 도널드 에번스를 지명했다. 이 같은 인선작업을 통해 부시 행정부의 통상정책을 가늠해볼 수 있다.대통령 선거전 당시 부시 당선자는 대내적으로 조세감면과 규제완화를, 대외적으로는 자유무역을 경제정책기조로 공약한 바 있다.
이 것은 공화당 정부의 전통적인 경제정책기조이다. 부시 당선자는 클린턴 행정부 때의 보호주의적 성향에 비하면 전반적으로 개방주의적 성향을 보여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부시는 단기적으로는 미국 경제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는 정책 시행이 시급하다. 지난해 3ㆍ4분기부터 하락하는 미국의 경기침체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부시는 최근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만나 경기둔화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후 금리인하를 통해 미국경제의 연착륙을 시도한 바 있다.
부시는 취임 후에도 금리인하를 추가적으로 시도하면서 미국 경제의 연착륙을 유도하겠지만 근본적인 경기침체 대책으로 기업들에게 세금을 대폭 감면, 기업의 원가를 낮추면서 기업활동을 촉진하는 조세감면정책과 기업의 영업활동에 대한 각종 규제를 푸는 규제완화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동시에 그는 클린턴 대통령 아래서 미국경제 호황 8년의 축인 정보화정책과 전략적 보호무역정책이라는 기조를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전자는 생산성 증대를 유도했으며 후자는 미국시장보호 및 미국제품의 시장규모 확대에 기여했다.
특히 부시 당선자는 석유화학, 자동차 등의 재계 인사들의 정치헌금과 농업부문의 지지에 힘입어 대통령이 된 만큼 미국의 전통산업인 제조업과 농업부문의 수출을 늘리기 위해 교역상대국에 대한 개방압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시 당선자의 대외경제 정책기조가 자유무역정책에 있다 하더라도 지난 한해 하루에 10억 달러, 무려 3,650억 달러(추정)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무역적자를 그대로 방치하기는 무리이기 때문이다.
결국 부시대통령은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해결하기 위해서 쌍무적으로는 미국 전통적인 제조업의 수출시장에 대한 개방압력을 가속화할 것이다.
그리고 다자간으로는 세계무역기구(WTO)중심의 개방적 다자간 무역체제를 강화시켜 전 세계의 무역정책을 미국식 글로벌 스탠더드로 수준으로 향상시키려는 외교적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우리나라에 대한 통상현안으로서 부시 행정부는 자유무역이라는 명분 하에서 쌀을 위시한 농산물 금융 법률분야에 대해 개방압력을 강화하는 한편 경쟁력이 약한 철강 자동차 반도체 등에 대해서는 덤핑관세에 대한 보호무역정책을 추진하는, 개방과 보호라는 양면적 무역정책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통상정책은 대통령보다 의회의 입김에 의해 수립되는 경우가 더 많다. 미국 의회는 최근 반덤핑 및 상계관세법 수정안을 통과하고자 박차를 가했는데 이는 개방적 성향의 부시 행정부에서도 보호무역정책을 추진하려는 의도이다.
또한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지명된 죌릭은 수락연설에서 시장개방이 미국 트럼프 카드의 조커라고 표현하면서 미국 경제활력을 촉진하기 위해 교역 상대국의 개방이 필수적임을 암시했다.
미국 경제의 만성적 무역적자와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부시는 미국 내에서는 덤핑관세와 같은 보호무역정책을 전략적으로 추진할 것이고, 대외적으로 미국 제품의 세계시장확대를 위해 WTO를 이용하여 개방압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로서는 과거 클린턴 정부보다 보호무역의 색깔을 강화할 수 없는 부시의 개방적 성향을 보면서 기업들의 대미 수출이 유리해 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기대를 가져볼 뿐이다.
전영서 한양대교수 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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