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샤론만이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 "샤론 시절로 돌아가서는 안된다."내달 6일 실시될 총리 선거를 앞두고 이스라엘에 총리 후보들의 선거운동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이번 총리 선거는 앞으로 중동평화협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그 향배가 주목된다.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와 성지 예루살렘 등에는 14일 각종 선거 플래카드가 일제히 내걸리면서 후보들이 공식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갔다.
플래카드에는 분명하고도 단호한 어구로 노동당의 에후드 바라크 총리와 샤스당의 아리엘 샤론 당수에 대한 지지 호소가 각각 담겨있다. 시내 주요 교차로에는 어김없이 후보 선거운동원 1~2명이 피킷을 들고 지지 후보들의 이름이 새겨진 스티커를 차량에 배포하고 있다.
한 러시아계 이민자는 "샤론이 당선되면 전쟁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바라크 총리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혔다. 한 텔아비브 시민은 "바라크가 평화협상에서 모든 것을 내줬지만 평화가 왔느냐'고 반문하며 샤론이 총리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런 분위기는 선거를 불과 20여일 앞두고 샤론의 지지율이 바라크 총리를 월등히 앞서고 있는 데서 그대로 나타난다. 이 때문에 집권 노동당 내부에서는 이상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샤론 후보와 바라크 총리간 20여% 가량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지 않자 노동당 원로 인사들은 11일 다음 주까지 격차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바라크는 후보를 사퇴해야 한다고 밝히고 나섰다.
게다가 이날 시몬 페레스 전 총리를 지지하는 10여 명의 학생들은 텔아비브 시내에서 "페레스를 다시 총리로 뽑자"고 적힌 스티커를 차량에 배포하며 페레스 지지서명을 받았다. 페레스 전 총리도 13일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회담하는 등 '평화의 중재자'로서의 모습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
이스라엘 유력지 하레츠는 이날 인구 670만 명 중 100만여 명을 차지하고 있는 러시아계 이민자의 경우, 바라크와 샤론에 대한 지지율이 1월초 각각 28%와 50%에서 지난 주 26%와 43%로 줄어드는 등 부동층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랍계 이스라엘인 지도부도 최근 지난해 9월 28일 이후 지속된 유혈 충돌 속에서 아랍계가 희생된 것에 대해 "잊지도, 용서하지도 말자"며 선거 보이콧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전통 유대교인이 많은 독일 폴란드 출신 유대인 역시 "두 후보 간 별 차이가 없다"며 선거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형편이다. 때문에 언론들은 이번 선거의 투표율이 역대 어느 선거보다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바라크 총리는 시내버스 운행 제한 등 최근 추진해왔던 개혁정책을 이민계와 빈곤층의 이탈을 우려해 재고하는 등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반면 샤론 후보는 자신의 군 경력 등을 이민계에 적극 홍보하는 한편 "내가 당선되면 바라크를 국방부 장관에 기용하겠다"며 강하면서도 국론을 통합할 수 있는 리더십 선전에 주력하고 있다.
한편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주력해온 중동평화협상은 사실상 물건너 간 것으로 보인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13일 이스라엘군이 파타운동 지도자 자말 압델 라제크와 폭탄 제조책 이브라힘 바니 오데를 사살하도록 협조한 혐의로 팔레스타인인 2명을 공개 총살했다. 이번 총살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협상은 경색국면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눈에 눈, 이에는 이"라는 보복논리만이 존재하는 듯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대결 속에 중동평화는 요원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성지인 예루살렘에는 오늘도 평화를 기원하는 참배객들이 세계 곳곳에서 몰려들고 있다.
최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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