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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숭호가 만난사람] 최연소 최장거리 단독비행 전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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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숭호가 만난사람] 최연소 최장거리 단독비행 전지영

입력
2001.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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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내려다보면요, 세상이 조그맣게 보이는 게요, 대통령이 된 것 같아요. 전지영(田智榮ㆍ15ㆍ서울 공진중 2)양은 혼자서 하늘을 날 때의 기분을 이렇게 표현했다.전양은 새해 첫 날 부산서 서울까지 다섯시간여 동안 초경량비행기를 혼자 몰고 날아와 초경량비행기로는 세계 최연소 최장거리 단독비행 기록을 세웠다.

"혼자서 하늘 높이 나는 기분이 대통령이 된 것 같다"는 말이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아직 어린 아이로서는 그럴만할 것이다.

아무도 없는 혼자만의 공간에서 세상 모든 것을 발 아래로 내려다볼 때의 느낌을 '대통령'이 된 것 같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리 실토한다면, '뱅기 소녀'전양과의 인터뷰는 힘이 좀 들었다. 사람이 하늘을 난다는 것에 대한 의미와, 혼자만의 '절대공간'에 놓여진 상태에서 오랜 시간 무엇을 느끼고 생각했는 가 따위를 이제 중학 2학년 어린 학생에게서 들으려 했으니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냐 어떠랴, 내 잘못인데. 그런 건 아무래도 내가 직접 비행술을 배워 하늘을 날면서 스스로 느껴보는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아니, 지금 그 나이에 혼자 하늘을 날아본 소녀의 이야기를 그대로 전하는 게 더 의미가 있을 것이다.

전양은 비행기를 타는 게 무섭지 않다고 말했다. 흔히 알려진 대로, 항공기사고 발생률이 자동차사고 발생률보다 낮다는 이야기도 하면서 자신이 타고 다니는 초경량비행기 'X_에어'에는 낙하산이 달려있어 위기상황이 벌어져도 낙하산에 매달려 착륙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6,000피트 상공에서 만일 엔진이 꺼져도 땅에 내려오는데 20분은 걸려요. 그러니 급추락 같은 건 걱정이 안됩니다.

아버지 권유로 조종입문

"수칙만 잘 지키면 안전해요"

"전양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초경량비행기가 도입된 1989년 이후 10여명이 사고로 사망했지만 모두 비행기 때문이 아니라 조종사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았던 탓이다.

"어떤 아저씨가요, 단독비행을 나섰는데 너무 멀리 가는 바람에 돌아오지 못하고 바다에 빠져 죽었대요. 저는 절대로 시키지 않은 짓은 안 하니까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 그렇지만 전양도 바다에 빠질 번 한 적이 있다. 연습비행 때 이륙하자 마자 엔진이 꺼져 거의 바다에 들어갈 번 했다. "비행복이 물에 뜨도록 되어있지만 그래도 죽는지 알았어요."

지금은 조종을 제대로 잘하지만 정작 겁나는 건 갑작스러운 강풍이다. 비행기가 워낙 가벼우니 바람을 안 탈 수 없다. "이번에 도착지인 여의도 고수부지에 가까워지니까 겁이 났어요.

작년에도 이맘때쯤 여의도에 한 번 내렸는데 갑자기 바람이 세게 불어 조종간을 놓쳐 아찔했던 적이 있거든요. 그런데 올해는 바람이 안 불었어요. 아주 기분 좋게 착륙할 수 있었습니다."

전양은 중학교에 입학한 1999년 여름에 초경량비행기 조종을 배웠다. 항공관련 사업을 하는 아버지(전영윤ㆍ田泳潤ㆍ45ㆍ드림에어 대표)가 권유해서다.

두 살 때부터 아버지가 조종하는 비행기에 타고 하늘을 날아보았으니 두려울 것은 없었다. 한달간 경기 화성군의 작은 섬 '어도'에 차려진 '개구장이 날개달기'라는 어린이 항공캠프에서 합숙하면서 체력을 다지고, 조종을 배웠다. 제일 어린 나이였다.

캠프가 끝나면서 한 시간 가량 첫 단독비행을 했다. "노래만 불렀어요. 외로움을 이기려고요.

그 전까지는 교관 아저씨가 옆에 있어서 몰랐는데, 혼자 올라가니까 외롭잖아요.

그래서 아는 노래는 다 불렀지요." 이번에 부산서 올 때는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아니 못 불렀다. "첫 단독 장거리 비행이어서 지원 비행기가 따라왔어요. 아비드라고 제가 탄 것 보다는 큰 건데요, 아비드에 탄 아저씨들이 계속 무전을 보내왔고요, 기상도 계속 체크해야 하니까 다른 데 신경을 쓸 수 없었지요. 비행기는요, 속도가 떨어지면 제일 위험하지요. 잠깐만 다른 데 신경을 쓰면 속도가 떨어진답니다."

전양이 하늘 위에 떠있는 동안 지상에서는 아버지가 자동차로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딸과 지원 비행기의 교신내용을 들으면서 따라왔다.

하늘 위에 부는 바람이 생각보다 강한 것 빼고는 딸이 별 탈 없이 운항을 계속하고 있어 안심을 했던 전씨는 땅에 내린 딸의 오른 손이 새빨갛게 얼어있는 걸 보고 놀랐다.

전양이 잡은 고도의 기온이 영하 25도였는데 장갑 없이 날아온 탓이다. "추풍령을 넘을 때 계기를 조작하느라 오른손 장갑을 입으로 물어 벗었는데 왼손을 조종간에서 떼지를 못해 다시 낄 수 없었어요.

" 전양이 탄 비행기는 레저 스포츠 용도여서 난방시설이 안 되어있다. 영하 25도인 바깥 기온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추풍령이 제일 멋있었어요. 산이 그렇게 예쁘더라고요. 그렇지만 보통 때는 바다가 더 ?있어요. 특히 석양 무렵 바다는 '예술'이에요. 온통 붉은 것이!" 그래서 다음에 날아보고 싶은 곳이 강원도 정동진 하늘이다.

"저녁 놀이 그렇게 아름다우면 아침 해뜰 때도 아름다울 거 아니에요. 새벽 일찍 일어나 정동진 위도 꼭 날아보고 싶어요. '80일간의 세계 일주'에 나오는 코스를 따라 세계 일주를 해보고 싶기도 하고요."

사실은 정동진보다 더 가고 싶은 곳이 있다. 북한이다. 북한 하늘을 제일 먼저 날아보고 싶은 것이다. "어쩌면 3ㆍ1절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한민족복지재단이라는 단체를 통해 아빠가 북한측에 비행을 하고 싶다는 뜻을 알렸는데 저 같은 어린 학생이 비행기를 조종해 간다면 허락하지 않을까요.

허락해주면 부산서 출발해 북한의 사리원 비행장을 거쳐 백두산까지 가볼 계획을 세워놓았습니다. 내가 비행기를 몰고 가서 북한 아이들을 만나면 재미있겠지요?"

비행기를 오래 탔으니 별명이 '뱅기 소녀'다. "애들이요, 저 따라 비행기를 배우고 싶어하는데 부모님들이 허락을 안 해주신데요. 위험하다고. 그러면 언제 우리나라가 항공선진국이 될 수 있나요. 비행기 조종을 하는 애들이 많아져서 하늘 위에서 만나는 친구가 더 많아지면 좋겠어요.

" 전양은 장차는 공군사관학교에 들어가 전투기 조종을 해보고 나중에는 여객기 조종사가 되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공군이 되면요, 공군 곡예비행단인 블랙이글에 들어갈 거에요. 멋있잖아요."

그 전에 하고 싶은 일이 또 하나 있다. "아름다운 비행이란 영화 있었잖아요. 거위 새끼들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주는 영화 말이에요.

거기 주인공이 비행기를 거위 모양으로 만들어 하늘을 날아가는데 그런 재미있는 모양의 비행기도 타보고 싶어요. 이왕이면 피카추 모양으로 만들어야지."

그러면서도 학교 성적이 떨어진 걸 걱정했다. 전에는 성적이 좋았는데 비행기 연습에 시간을 내다보니 성적이 떨어진다는 거다.

"공군사관학교에 꼭 들어가야 되는데., 나중에 잘 되겠지요 뭐." 성적이 떨어지는 걸 걱정하는 전양에게 '한 가지만 잘 하면 대학에 들어간다더라, 공군사관학교에서 비행기 잘 타는 학생을 뽑지 않으면 누굴 뽑겠니."라고 말해주곤 인터뷰를 끝냈다.

■20시간 넘게 교육받아야 초경량기 면허시험 자격

전양이 부산서 서울까지 타고 날아온 비행기는 'X_에어'는 날개 폭 10㎙, 길이 6.5㎙, 무게 225㎏인 초경량비행기다. 최대시속은 100마일이지만 보통 60마일(약 100㎞)로 운항한다. 150여대가 도입되어 있으며 대당 가격은 약 2,500만원.

평지에서는 고도를 2,500피트(약 750㎙)로 유지하지만 산을 만나면 산 정상보다 500피트 높이 날아야 한다. 전양은 이번 비행에서 높이 5,500피트인 추풍령을 넘을 때는 6,000피트의 고도를 유지했다. 지상에는 바람이 강했으나 생각 밖으로 상공에는 약한 바람이 불어 무난히 넘을 수 있었다.

X_에어 조종자격을 따려면 20시간 이상 교육을 받아야만 면허(초경량비행기 조정자 면허)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교육비용은 200만~250만원 정도 들며 경기 안산 등 전국 32개 교습소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국내 초경량비행기 면허 소지자는 약 700명, 현재 300여명이 교육을 받고 있다.

전양은 요즘에는 '세스나'라는 경비행기 조종을 배우고 있다. 말 그대로 초경량비행기인 X_에어보다는 큰 경비행기다.

세스나는 비행시간이 40시간 이상이 되어야 면허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데 벌써 이 시간을 다 채우고 단독 비행할 수 있는 실력을 가졌지만 응시 나이(17세)가 되지 않아 자격을 따지 못했다. 북한에 가게 되면 세스나를 이용하게 되는데 이때는 교관 한 명이 동승하게 된다.

물론 조종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양이 하게 된다. X_에어로 단독비행을 하고, 세스나를 배우는데 드는 경비가 만만치 않지만 KTB네트워크 등 기업체의 지원으로 상당부분 해결하고 있다.

아마 '뱅기 소녀'가 공부에 짓눌린 우리 나라 청소년들의 꿈과 희망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일 것이다.

정작 본인은 그런 생각 없이 '하늘로 올라가면 재미있잖아요, 대통령이 된 것 같고'라고만 말하고 있지만. "제 e_매일 주소는요, flyzzang6243@hanmail.net인데 비행기에 관심 있는 학생들과 연락을 주고받고 싶어요."

편집국 부국장

so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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