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 열리는 조지 W부시 미국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여야국회의원 30여명이 워싱턴으로 간다고 한다.아무리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이라지만 국회의원 10%이상이 몰려가는 것은 그들이 주장하는 의원외교의 실익도 의심되거니와 보기에도 좋지 않다.
더러 공식초청을 받은 의원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참가자들이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현지의 온갖 채널을 동원하는가 하면, 추한 해프닝까지 벌인다니 이건 의원외교가 아니라 나라 망신이다.
미국 대통령 취임식은 미국 사람들의 국내 정치행사다. 이 행사의 주인공인 새 대통령과 정부 요인들이 국내정치인과의 관계정립을 위해 한가로이 우리 국회의원과 만나 우의를 다질 여유가 없을 것이다.
어쩌다 많은 헌금을 하고 파티장의 목 좋은 자리를 잡았다가 악수라도 할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런 자리에서 얼굴이나 이름을 제대로 알릴 겨를이 있을까. 어차피 의원외교의 장이 될 수 없는 그들의 잔칫집이다.
아무 실익도 없이 선거 홍보용 기념촬영을 시도하다 오히려 현지언론이나 정치인들에게 나쁜 인상을 주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의원외교를 하러 간 것이 아니라 납세자인 우리 국민의 체면을 구기는 일이 아니고 무엇인가. 취임식에 가려는 정치인들은 정치가 경제와 민생의 발목을 잡는다고 불만에 차있는 국민 감정을 생각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워싱턴으로 가려는 이유는 딱 한가지, 바로 유권자들이 알아 준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제 유권자들도 알고 있다.
납세자들의 돈으로 미국에 가 대통령 취임식이나 후보지명 전당대회장에 기웃거리는 의원들이 남의 잔치 구경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리라 믿는다면, 세상 물정에 너무 어두운 정치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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