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교육이 뭐 교육인가요? 공학계열 교수는 이미 40대만 돼도 재활용이 불가능한 폐품이 되고 말죠.그래서 대학원의 수업은 대부분 세미나식으로 진행되는데 이게 웃기는 거죠. 학생들이 열심히 세미나 발표를 준비해오면 교수들이 이것저것 물어보죠. 교수가 학생들에게 배우는 거예요" (S대 대학원 산업공학과 J씨)
대학원 교육의 부실에 대한 적나라한 폭로다. 권경우, 김성민, 박영은 씨 등 '학문후속세대'를 자칭하는 석박사과정 대학원생, 시간강사를 하고 있는 젊은 연구자들이 최근 창간한 무크지 '모색'에서 특집으로 다룬 것은 일종의 자기 밭 뒤집기이자 최소한의 몸부림이다.
대학원 사회에 몸담고 있는 이들이 스스로 체감한, 그 억눌린 자기현실로 눈을 돌린 것이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심정이다.
무능력한 교수가 제자에게 오히려 교육받는 것은 그나마 나을 지도 모른다. 모색 편집위원들은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되는 글, 논문, 심지어 책 까지 대부분 제자들이 집필하는 일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수천만원짜리 프로젝트를 해도 실제로 프로젝트의 대부분을 수행한 대학원생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수고비 명목의 몇 십만원에 불과하다.
여기에는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다"고 말한다. 가히 착취적 수준이라는 말이다. 저항하기도 힘들다. 학위와 자리 문제 때문이다.
염정민(정치학 박사과정)씨는 "대학원 사회에서 맺어지는 일차적 관계는 무언의 충성서약을 통한 지배복종의 관계이며, 이를 유지하는 것은 장인 도제시스템이란 지극히 봉건적 틀이다"라고 말한다.
때문에 학문생산의 자율성과 상상력 그리고 공공성이 희생되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제도적 보호장치와 사회적 안전망이 요구된다고 주장한다.
권경우 '모색' 편집장은 "대학원 제도에서 학문을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한 물음을 던질 것이며, 비판적이고 구체적인 문제제기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송용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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