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부 네티즌 L씨의 일가친척 50여명은 단체로 이비인후과를 찾았다.아줌마웹진(www.zooma.co.kr) 게시판에 올라온 "촛농을 녹여."로 시작하는 '중국식 귀지파기'를 따라했다가 귀에 탈이 생긴 것. L씨는 이 일로 20여일 동안 병원신세를 져야 했다.
한 주부는 지난해 11월 대입 수학능력시험 전날 듣기평가를 위해 고3 수험생인 딸에게 같은 방법을 사용했다가 딸의 시험을 망치게 했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피해를 당했다는 글이 많이 올라오자 문제의 정보제공자( ID '시원')는 글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띄우는 소동을 벌였다.
PC통신 주부동호회와 육아 관련 홈페이지, 아줌마웹진 등 주부들이 즐겨 찾는 사이트 게시판에 검증되지 않은 '생활정보'가 많아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건강상식, 민간요법, 다이어트 비법 등 주부들이 들으면 솔깃한 내용들이 대부분.
비슷한 처지의 주부들이 경험담이나 '믿을 수 있는 정보'라며 사이버상에 풀어놓는 구수한 입담에 쉽게 믿어버린다는 것이 주부들의 한결 같은 반응이다.
엉터리 정보를 믿었다가 낭패를 당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아티즌(아줌마 네티즌)' 최모(43ㆍ서울 서초구 서초동) 씨는 "게시판에 떠있는 '식후에 중국차 5잔을 연거푸 드세요'라는 민간 다이어트 요법을 따라 했다가 며칠 동안 복통으로 고생했다"고 후회했다.
정모(40ㆍ서울 강남구 대치동) 씨도 "구구절절 증상이 비슷한 한 주부가 효과를 봤다던 '건강 체조'를 시도한 뒤 오히려 허리 통증이 심해졌다"며 "검증되지 않은 민간 다이어트 방법 등의 효능을 두고 온라인에서 주부들 간에 격론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일명 '아줌마 인터넷'의 검증되지 않은 정보 범람과 이로 인한 피해 증가는 주부들의 사회참여 기회 부족과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매체에 대한 맹신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고려대 심리학과 성영신(47ㆍ여) 교수는 "사이버 공간에서만이라도 인정받고 싶어하는 주부들의 심리가 주위에 떠도는 얘기를 무리하게 '생활정보'로 포장하게 되는 동기"라면서 "인터넷을 공인된 언론기관으로, 인터넷 정보를 검증된 정보로 착각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이문혁(38) 불법정보팀장은 "악의는 없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불건전 정보가 된다"며 "주부 정보 제공자와 활용자 모두 인터넷 사용능력과 함께 정보 판별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네티즌 신분위장 심각
최근 인터넷 채팅을 매개로 한 범죄가 속출하고 있는 것과 관련, 사이버공간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신분위장도 한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대 이순형(소비자아동학) 교수는 12일 "인터넷통신 유니텔을 통해 지난해 5월 네티즌 2,16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사이버공간에서 혼인, 직업, 성(性), 언행과 태도 등에서 자신을 감추는 네티즌이 상당수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조사결과 자신의 혼인상태에 대해 '사실대로 밝히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60.6%(1,314명)에 달해 실제로는 기혼자면서도 미혼이라고 속이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또 40.1%(870명)가 직업을 위장하고, 심지어 성(性)조차 바꾸는 네티즌도 11.4%(248명)나 됐다.
특히 58.6%(1,270명)는 평소 언행과 다른 태도를 취하고, 9.3%(202명)는 성격마저 변한다고 답변, 사이버공간에서의 '이중(二重) 정체성' 현상이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교수는 "네티즌들이 신분을 감추는 것은 노출시의 상대적 위험을 고려한 자아위장의 성격이 강하다"면서 "그러나 정체성 왜곡현상은 사이버성폭력의 증가 뿐만 아니라 실제 성폭력 발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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