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새 행정부가 들어서면 미국과 이라크의 관계가 심상치 않을 전망이다. 17일로 걸프전 발발 10주년을 맞게 되지만 양국의 관계는 다시 걸프전 당시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어두운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조지 W 부시 차기 대통령의 외교 안보팀은 마치 시계추를 10년으로 되돌린 듯한 모습이다.
부시는 걸프전 당시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장남이고, 딕 체니 차기 부통령과 콜린 파월 국무부 장관 지명자는 당시 각각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으로서 걸프전을 진두지휘,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몰락 직전의 위기로 몰아 넣었었다.
이 같은 경력은 부시 행정부의 대 이라크 정책에 그대로 배 나온다. 부시는 빌 클린턴 대통령의 이라크 정책을 온건하다고 비판하며 제재조치의 강화를 천명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부시는 10일 합참에서 각군 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로부터 75분여 동안 군사 현안을 브리핑 받으면서 이라크 문제에 가장 깊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는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근황과, 미국과 우방국들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질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부시 차기대통령의 머리 속에는 온통 이라크 문제로 꽉 차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후세인 대통령도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것 같다. 걸프전 이후 유엔의 경제제재 조치, 미국과 영국의 비행금지구역 폭격 등으로 국토와 경제가 황폐화했지만 후세인은 아직도 서방의 지속적인 축출 시도를 극복한 채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제 여론마저 이라크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유엔의 제재조치는 국제사회의 해제 요구 목소리와 함께 프랑스 등 서방 국가들과 러시아가 공공연히 이를 위반,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요르단 이집트 등 중동 국가들도 이에 적극적으로 가세하고 있다. 비행금지구역 폭격 역시 영국이 중단을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피폐해진 이라크의 경제도 최근 유가 폭등 덕분에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엔이 인도적 차원에서 마련한 식량-원유 프로그램에 따른 이라크의 원유 생산량은 지난해 중반 이후 나타난 고유가 현상에 힘입어 증산을 거듭, 이제는 전쟁전과 비슷한 수준인 하루 300만 배럴 수준에 이르고 있다.
후세인은 유리한 국제 여론을 적절히 활용, 부시의 강공 드라이브에 대응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후세인은 자신이 건재하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중동지역에서 최대 규모의 사원인 사담 대사원을 건설하고 있다.
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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