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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소외이웃] (2)저소득 독거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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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소외이웃] (2)저소득 독거노인

입력
2001.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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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에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혼자 사는 이른바 '저소득 독거(獨居)노인'들은 어느 해보다도 힘든 겨울을 나고 있다. 2년 만에 다시 닥친 경제난으로 인한 사회의 차가운 외면은 가족에게마저 버림받은 '외톨이 노인'들에게 유난히 추운 이번 겨울날씨보다도 더욱 을씨년스럽다.12일 오전 서울 관악구 신림동 K복지시설. 먹거리를 지원받는 독거노인 20여명이 거주하는 곳이다. 이곳 입소노인들은 대부분 자녀가 있으면서도 경제적인 부담 등을 이유로 사실상 집에서 쫓겨난 이들이다.

입소한 지 한달 된 박모(72) 할머니. 10년 전 남편과 사별한 뒤 가난했지만 회사원이던 50대 아들 부부, 중학생 손자 등과 함께 비교적 단란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중풍으로 쓰러진 뒤부터 가정이 뿌리째 흔들렸다. 수발을 들던 며느리는 6개월 만에 가출해버렸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회사원이던 아들은 작년 11월말 실직했다.

병 수발은커녕 아들과 손자는 아침에 나가면 밤에 들어오는 바람에 끼니를 거르기 일쑤였다. '굶지 않으려고' 이곳에 들어왔다는 박 할머니는 "가족을 원망할 생각은 없지만 노후가 너무 힘들다"고 울먹였다.

경기 고양시 용두동 일대 30여명의 독거노인 가구 밀집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빚더미에 앉아 피신한 아들과 며느리의 냉대로 집 밖으로 내몰린 60대 치매할아버지, 아들부부의 가출로 손주 3명을 돌봐야 하는 70대 할머니 등 저마다 기구한 사연들을 갖고 있다.

문제는 대다수 저소득 독거노인이 그렇듯 당장의 생계 걱정이 가장 크다. 5년째 반찬을 만들어 독거노인들에게 배달하고 있는 목사와 일부 자원봉사자 등의 도움으로 겨우 입에 풀칠은 하고 있지만 이런 경제난 속에서 언제 끊길 지 불안하기만 하다.

3년째 이곳에 사는 이모(69) 할머니는 "거동하기도 힘들어 하루종일 누워 지낸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정부로부터 생계비를 지원받는 생활보호노인은 1999년말 현재 25만여명. 이중 거동이 불편해 거택보호자로 지정된 12만9,000여명이 독거노인이다.

하지만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처한 독거노인만 무려 5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생활보호대상에서 아예 제외돼 있다. 특히 서울의 한 구의 경우 지난해 11월 이후 독거노인이 하루 평균 5명꼴로 새로 발생하는 등 최근 들어 숫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독거노인들의 생활은 그야말로 비참하다. 한성대 황진수(黃鎭洙) 한성대교수가 최근 서울지역 65세 이상 저소득층 남성 독거노인 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면접 결과 90% 이상이 경제적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대상을 갖고 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80% 이상이 자식이 있어도 왕래가 끊긴 지 오래여서, 60% 이상이 "신체적 도움이 필요할 때도 이웃주민의 신세를 질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변재관(卞在寬) 노인ㆍ장애인복지정책개발센터 소장은 "고령화 사회로 치달을수록 독거노인은 점차 큰 사회문제로 대두될 것"이라며 "이제부터라도 이들에 대한 본격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호텔공사장 경비원 여 운씨

"미력이나마 힘이 남아 있는 한 결코 기대지 않을 겁니다."

지난해 6월부터 서울 홍은동 스위스그랜드호텔 신축공사장의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여 운(呂 運ㆍ63ㆍ사진)씨. 12년전 아내와 사별한 뒤 세 딸을 출가시키고 홀로 살고 있지만 여느 독거노인들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짧은 공무원 생활을 거쳐 20여년간 개인택시를 몰았던 여씨는 암투병을 하던 아내를 위해 전재산이던 택시를 처분한 뒤 이 일을 시작했다. 지난해 5월 한때 실직했을 때는 며칠간 노숙을 해본 적도 있다. "일할 수 있는데도 자포자기해 한숨만 쉬는 젊은 노숙자들을 보며 다시 힘을 얻었죠."

격일제 밤샘근무를 하는 여씨의 일과는 단순하다. 가끔 친구들을 만나는 것 외엔 다음 근무를 위한 휴식이 전부. 60여만원밖에 안되는 월급이지만 친구들과 내기화투로 모은 쌈짓돈을 불우이웃에게 전달하기도 하고 주말엔 장애인 수용시설을 찾아 봉사도 한다.

여씨는 요즘 '정년 후 세대'의 사회활동 기회 확대를 위한 탄원서를 작성중이다. "노인들의 경험과 노동력을 사회에서 활용하는 것이 독거노인 문제를 해결하는 한 방안입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입력시간 2001/01/12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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