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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돈으로 DJ납치극을 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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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돈으로 DJ납치극을 무마

입력
2001.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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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3년 '김대중납치사건'으로 비롯된 한일간 외교마찰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최소한 4억엔을 다나카 가쿠에이 일본총리에게 제공했다는 증언은 굴절된 한일 관계사의 단면을 되돌아보게 한다.최근 발간된 일본의 문예춘추 2월호는 다나카 전 총리의 막역한 측근이었던 기무라 히로야스씨의 기고 기사를 통해 당시 한일 정부의 '검은 거래'내용을 폭로하고 있다.

납치사건의 해결을 위해 돈으로 맞바꾸었다는 주장이다. 기무라씨에 의하면 자신은 박 전 대통령의 돈 심부름을 온 이병희 전 무임소 장관을 다나카 총리에게 안내했고 이 장관은 4억엔으로 추산되는 돈을 다나카 총리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외양상 폭로자의 주장만 있고 돈을 주고 받은 당사자는 물론, 이 돈의 전달 심부름을 한 사람 모두가 고인이 돼 당사자들에게 확인할 길은 없다. 다만 폭로자의 주장이 너무나 실체적이고 구체성을 띠고 있다. 사실을 한마디로 배척하기는 어려운 이유이다.

사실이라면 양국 모두에게 불행한 과거다. 정통성이 결여된 독재정권이 불법적인 납치행위를 수습하려고 상대국 총리를 매수했다니 그저 아연해 질 따름이다. 마피아 세계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실제로 있었다면 이는 양국 정치의 후진성을 증명하는 일이다.

역사의 진실은 언젠가는 드러나게 마련이다. 자신의 정적을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탄압하고 심지어는 해외에서 납치극도 마다하지 않았던 독재자의 기념관을 짓는데 혈세를 지원한다고 한다. 세상이 웃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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