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연두 회견에서 강력한 국정 운영 기조를 밝히는데 주력했다. 간접 화법을 즐겨쓰던 김 대통령은 직선적이고 솔직한 어조를 시종 구사했다. 할말을 하겠다는 심정 때문인지 예정시간(1시간)을 15분 초과하면서까지 회견을 진행했다.김 대통령은 회견 내내 정치분야에선 '강력한 정부'를, 경제분야에서는 자신감을 유독 강조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강력한 국정운영 기조의 밑그림이 이번 회견을 통해 완성됐다는 얘기가 나왔다.
먼저 김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짧은 문장으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정도와 법치의 정치를 펴 나가겠습니다" "공공질서와 준법정신도 확고히 지켜나가겠습니다"등의 구절이 대표적이다.
이 대목을 읽는 대통령의 어조에서는 긴장감이 느껴졌다. 특히 김 대통령은 각 분야를 1개 문장으로 간략히 언급했으나 언론개혁 부분에서는 4개 문장으로 언론개혁 필요성과 대책마련을 설명했다.
15분간의 모두 발언후 이어진 질의 응답에서는 김 대통령이 '강한 정부'의 의미를 길게 설명한 대목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법과 민주주의 원칙에 대한 강조는 노사개혁등 다른 현안에 관한 답변에서도 이어졌다. 법과 질서를 언급할 때마다 김 대통령의 얼굴은 상당히 굳어져있었다.
또 의원이적 관련 질문에서는 15대 총선후 신한국당의 야당의원 빼내기 등 전례를 상세히 거론한 뒤 "국민의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이겠지만 야당의 비판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힘주어 말했다.
김 대통령은 서민과 지방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대한 안타까움을 여러 차례 언급한뒤 "자신감을 가집시다" "우리는 해낼수 있습니다"라는 표현으로 국민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려했다.
팽팽한 긴장감이 유지되는 가운데 김 대통령은 몇 차례 조크로 분위기를 조절했다. 개각 폭을 묻는 질문에는 "여기서 보따리를 풀라는 말인가"라며 넘겼고, 북측에 끌려다닌 것이 아닌가 라는 질문에는 "그런 질문이 나올 줄 알았다"며 웃음을 이끌어냈다.
회견 후 김 대통령은 홀가분한 심정 때문인지 전례없이 회견에 참여했던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었다.
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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