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무차별적 기업자금 회수가 계속되고 있다.1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12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들은 한 달 동안 대기업으로부터 무려 3조4,863억원의 대출금을 회수했으며 중소기업들로부터 4,757억원을 회수하는 등 모두 3조9,620억원의 자금을 회수했다.
또 은행을 비롯해 투신사, 보험사 등 금융권은 회사채 5조1,674억원, 기업어음(CP) 5조2,947억원 등 총 10조4,621억원 어치를 회수했다.
L그룹의 한 자금담당 임원은 "금융권이 구조조정 문제로 홍역을 앓으면서 금융기관마다 예전보다 훨씬 엄격하게 기업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며 "지난해 말의 경우 각 기관들을 찾아다니며 읍소했지만 수천억원 대의 회사채와 CP를 만기연장하지 못한 채 갚을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중견기업인 H사의 자금담당 K부장(45)도 "은행들이 대출금 만기 연장을 거부하는 바람에 신규 투자를 위해 유보해놓은 1,000억원을 동원해 갚았다"며 "정부가 산업은행 등을 통해 회사채 만기 연장 등 기업 지원을 추진하고 있지만 회사채 발행 대상도 아닌 중견기업들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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