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선거자금 지원 사건을 수사중인 대검 중수부(김대웅 검사장)는 11일 정치권에서 1996년 4ㆍ11총선 전 안기부가 신한국당에 제공한 940억원의 성격과 관련,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통치자금'이 아닌, 명백히 안기부에 배정된 국가예산이라는 확증이 있다고 밝혔다.검찰 관계자는 "안기부 예산 담당 직원이 자금을 지출한 근거 서류가 있고 당시 직원이 발행한 국고수표도 있다"며 "이 국고수표가 세탁 과정을 거쳐 신한국당 사무총장이던 강삼재 한나라당 의원 관리 계좌로 들어가 신한국당 출마자에게 갔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안기부 자금을 받은 정치인 가운데 고액 수수자와 유용 혐의가 뚜렷한 10명가량을 소환대상자로 선정, 비공개로 소환 조사키로 했다.
검찰은 계좌추적 등을 통해 정치인들이 받은 돈의 사용처와 분배 과정을 좀더 조사한 뒤 조사 대상 범위를 최종 결정키로 했으나 소환 대상 범위는 가급적 최소화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에 따라 현재 여당인 민주당 소속 의원과 원외 인사부터 자진출두 형식으로 먼저 소환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검찰은 이들 가운데 안기부 자금을 적극 요구한 정황이 있는 정치인은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에게 적용했던 특가법 5조위반(국고손실 등)혐의로, 단순히 안기부 자금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돈을 받은 경우엔 형법상 장물취득죄를 적용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현역 의원 등 정치인을 파렴치범으로 몰 생각은 없지만 횡령한 국고인지 알면서 썼다면 장물취득죄 적용도 가능하다는 쪽이 수사팀 의견"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또 법원이 발부한 국회 체포동의요구서를 이날 법무부를 통해 국회에 제출했다.
황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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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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