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11분, 매수잔량 240만주 급증, 주가 6% 상승→오후 2시25분 매수잔량 10만주로 급감, 주가 하한가 추락.'최근 K종목이 보여준 이른바 '허수성 호가(허수 주문)'의 전형적인 사례다. 주식을 보다 유리한 값에 팔기 위해 대량의 가짜 주문을 내는 수법으로 투자자들을 끌어들였다가 주문을 갑자기 취소해 버리고 차익을 챙기는 경우다.
증권거래소가 이 같은 '불순세력'들을 솎아내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실태 일부 작전세력에 의해 단골 메뉴로 사용됐던 허수성 호가는 사이버거래가 급팽창하면서 최근에는 데이트레이딩을 하기 위한 매매전략으로까지 광범위하게 번져 있다.
각종 수익률 게임에서 상위 입상한 일부 투자자들이 허수 주문을 자신의 투자기법으로 버젓이 소개할 정도다.
증권거래소는 이번 3개월간 특별감리 기간 동안 많게는 월 평균 2,667건(일정 규모 이상의 호가만 집계)의 허수 주문을 적발했다고 밝히고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
허수 주문은 대부분 계좌잔고가 수십억대가 넘는 큰손들과 투자상담사들과의 공모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들에게는 거래세를 물지 않는 액면가 미만 종목으로 거래량이 많은 종목, 예를 들어 한빛은행 조흥은행 현대전자 대성전선 등이 주된 사냥감이다.
허수 주문의 규모는 일반적으로 십여만주에서 1,000만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투자자 1명이 1개 종목에서 모두 144회의 주문을 내는 사례도 있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거래소보다는 각종 공정감시 시스템이 허술하고 개미투자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코스닥에서 보다 폭넓게 허수 주문 행위가 판을 치고 있다"고 말했다.
유형 허수 주문은 동시호가와 연결짓는 일반적 인식과는 달리 90% 이상이 장중(접속매매시)에 나오고 있다는 것이 거래소 측 설명. 이들 주문은 대부분 30분 이내에 취소된다.
허수 주문은 하한가에 가까운 가격에 대량의 허수성 호가를 제출해 다른 투자자들을 현혹시킨 다음 보유물량을 팔아치우고 그 즉시 매수호가를 취소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형태로 손꼽힌다.
대량의 허수 주문을 직전가 근접 가격대에 맞게 연속적으로 제출, 단계적으로 가격을 상승시키면서 추격 매수세를 유인한 다음 매도목적을 이루면 매수호가 잔량을 모두 동시에 취소하는 공격적이고 대담한 방법도 있다.
거액투자자나 투자상담사들에 의해 주로 이용되는 수법이다. 이밖에도 전장 동시호가에 보유 물량을 매도할 때 대량의 저가 매수 주문을 함께 제출하는 동시호가형 등 교묘한 기법들이 총동원되고 있다.
조치 증권거래소는 11일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액면가 미만으로 거래량이 많은 한빛은행 현대전자 충남방적 신호제지 대림요업 등 40개 종목에 대해 특별감리를 실시, 리젠트 증권에 대해 경고하고 대신과 부국증권 등 2개 증권사에 대해서는 주의조치를 내렸다.
이들 증권사는 허수 주문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분별하게 이들 주문을 접수,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증권거래소는 이와 함께 이들 증권사의 투자상담사 등 관련 임직원 8명에 대해서는 징계조치를 요구했다.
거래소가 허수 주문에 대해 기관에 대해 조치를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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