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출근시키고 아이들 학교 보내고 나면 찾아오는 주부들의 여유시간. 한 달 이상 남은 대학생들의 방학.많은 사람들이 이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뭔가를 배워보려고 하지만 정보 얻기가 쉽지 않은데다 만만치 않은 수강료 때문에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분당, 일산 등 신도시 주민들은 문만 나서면 다양한 문화강좌를 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돈을 들이지 않고도 즐기거나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철저히 무료로 이뤄지는 신도시 주민들의 실속 취미생활 즐기기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분당신도시 여대생 A씨
분당신도시에 거주하는 여대생 A(22ㆍ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씨는 지난 달 초 방학이 시작되면서 올 방학에는 다양한 취미생활을 원 없이 즐겨보자고 마음먹고 분당구청을 찾았다.
각 동사무소에서 문화의 집을 열고 각종 무료 강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전단을 아파트 게시판에서 보았기 때문이다.
구청 담당직원으로부터 무료강좌 관련 자료를 받은 A씨는 깜짝 놀랐다. 서예, 꽃꽂이, 영어회화는 기본이고 생활도자기, 메이크업, 피부관리, 재즈에어로빅댄스, 수족침 등 100가지가 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을 뿐 아니라 모든 프로그램이 무료였기 때문이다.
A씨는 특히 한 명이 여러 프로그램을 신청해도 되고 자신이 거주하는 동이 아니라도 수강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더욱 놀랐다.
A씨는 월ㆍ수ㆍ금요일은 서현동 문화의 집에서 운영하는 서예교실(중급), 화ㆍ목요일에는 매송동 문화의 집에서 하는 생활도자기를 신청하고 내친 김에 이매동 문화의 집에서 토요일마다 운영하는 다도(茶道) 프로그램도 신청했다.
A씨는 "처음에는 무료강좌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강사진이 전문 자격증을 가졌거나 개인학원을 운영하면서 자원봉사 차원에서 시간을 할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강의내용도 학원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A씨의 '공짜' 취미생활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무료공연이 열리는 백화점을 찾는 것이 이제 중요한 일과가 됐다.
지난 주에는 평소 좋아하던 포크그룹 '여행스케치'의 미니콘서트가 열렸으며 이번 주말에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가 공연될 예정.
A씨는 "분당에는 마땅한 문화공간이 없어 서울까지 나가야 하기 때문에 주말마다 백화점에서 하는 문화행사는 더 없는 즐거움"이라며 "1월말로 예정돼 있는 '해설이 있는 발레' 시간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일산신도시 주부 B씨 가족
초등학교 2학년과 5학년 두 아들에 시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일산신도시 주부 B(37ㆍ고양시 일산구 마두동)씨. B씨 가족은 새해 첫날 인근 행주산성 정상에서 장엄한 해돋이를 구경하면서 올해에는 가족 구성원 모두가 각자 시간과 취향에 맞춰 한두 가지 목표를 정해 실천에 옮기기로 약속했다.
B씨 가족은 특히 비용이 부담되는 사설학원보다 무료나 싼 값으로 이용할 수 있는 동사무소 문화센터와 종합복지관의 각종 강좌를 찾기로 했다.
우선 B(37)씨는 남편(40)이 이른 아침 서울로 출근하면 동사무소 문화센터에서 인터넷을 배우고 체력을 다진다는 계획을 세웠다.
동사무소 문화센터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데다 강의내용과 시설이 사설학원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기 때문. 작년에 문을 연 동사무소 문화센터는 퀼트, 서예, 꽃꽂이, 단소교실, 종이공예교실, 포크아트교실, 어린이과학탐구교실, 청소년만화창작교실, 컴퓨터교실, 체력단련실, 영화음악감상실, 탁구교실 등 동별로 5~15종의 다양한 취미ㆍ교양ㆍ운동강좌를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그는 책을 읽지 않으면 퇴보할 것 같아 내친 김에 30대 주부들로 구성된 이웃사랑독서회에 가입했다.
이 모임은 6개월 단위로 주제를 정해 책을 선정한 후 읽고 토론한다.
B씨는 또 동사무소 주민자치센터에서 운영하는 어린이 프로그램를 발견하고 초등학생 두 아들에게 방학기간에 천체관측 프로그램에 참여토록 했다.
B씨의 시아버지(66)도 그 동안 마을 노인정에 나가 장기를 두면서 시간을 보냈으나 올해는 일산노인종합복지관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영어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했다.
시아버지는 복지관의 풍물동아리에까지 가입해 또래 회원 30여명과 함께 꽹과리 배우기에 열중하고 있다.
B씨 가족은 매달 중순 고양시청 문예회관에서 어김없이 상영하는 무료영화도 관람할 계획이다. 지난달 국내 최고 흥행작인 '공동경비구역 JSA'를 상영한 데 이어 오는 16~19일 오후에는 브라이언 레반트 감독의 '플린스톤'을 상영한다.
김혁기자
hyukk@hk.co.kr
■ "분당ㆍ일산의 모든 것. 클릭하면 보여요."
분당ㆍ일산 지역 주민은 굳이 공공기관 같은 곳을 찾지 않아도 교통정보와 음식점, 문화공간 등에 관한 정보는 물론 인터넷을 통해 주문하면 신선한 농수산물을 신속히 배달해주는 식료품배달사이트에 이르기까지 온라인을 통해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분당넷, 분당네트워크, 고양뉴스, 일산넷 등 지역 포털사이트는 야후나 심마니 같은 유명 포털사이트에 비해 제공되는 내용은 적지만 지역내 정보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알차게 꾸며져 있다.
일산신도시 주민 김모(38ㆍ백석동)씨는 "주말에 가족들과 외식을 하려고 마음먹으면 우선 이들 사이트에 들어가 음식점에 대한 정보를 검색한 뒤 장소를 결정하는 것이 습관화돼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을 통한 장보기 사이트도 다양하다.
국내 최초의 인터넷 식품 전문 쇼핑몰인 마이그로서리(www.mygrocery.co.kr:분당ㆍ일산), 삼성플라자 식품관(www.samsungplaza.co.kr:분당), LG유통 인터넷슈퍼마켓(www.lgmart.co.kr:일산) 등은 인터넷을 통해 신선제품을 주문하면 늦어도 하루, 빠르면 2~3시간 내에 배달을 해주고 있어 매장까지 가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준다.
삼성플라자 차효안(車孝安) 홍보과장은 "분당 일산 등 신도시는 초고속 통신망이 잘 구축돼 있어 인터넷을 이용, 정보를 얻는 주민들이 타 지역에 비해 많다"며 "때문에 온라인을 통한 마케팅이나 각종 정보제공이 더욱 확산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김혁기자
hyuk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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