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론 신사인체...美의 추악한 모습미국의 대표적인 좌파 역사학자 하워드 진(보스턴대 명예교수ㆍ사진)이 1991년에 쓴 '오만한 제국'(당대 발행)은 미국인에 의한, 미국 이데올로기 비판이다.
'미국의 이데올로기로부터 독립'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현실주의, 인도주의, 민주주의 등 화려한 미국 이데올로기에 가려진 추악한 모습을 신랄하게 비판한 역작이다.
저자는 모든 논의를 마키아벨리의 잔혹한 현실주의에 대한 비판에서부터 출발한다. 저자는 마키아벨리즘을, 가치 있는 목적을 위해서는 그 어떤 수단도 정당화하는 무자비한 사상이라고 본다.
'국가 이익'과 '세계 평화'라는 명분으로 제2차 세계대전 와중에서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하하거나, 베트남전쟁 당시 100만 명의 생명을 앗아간 미국인이야말로 '철저한 마키아벨리스트'라는 것이다.
미국이 전세계에 자랑하는 '민주주의에 장구한 역사'에 대해서는 더욱 혹독한 비판이 가해진다.
흑인 입장에서 보면 '위대한' 삼권분립과 선거를 통해 이뤄진 미국의 그 어떤 제도도 인종평등의 튼튼한 받침이 되지 못했다.
1863년의 노예해방선언 역시 북부연합 측의 링컨이 노예제를 찬성하는 남부연합 측을 압박하기 위해 내놓은 고도의 정치적 술수라는 주장까지 내놓는다.
저자의 관심은 결국 가증스런 마키아벨리즘과 허약한 대의제 민주주의를 넘어, '어떻게 전쟁 없이, 투쟁하여 정의를 획득할 것인가'에 쏠려 있다.
그것은 바로 미국 이데올로기의 환상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역사를 움직여온 것은 마키아벨리즘과 민주주의가 아니라, 위험을 같이 겪고 희생을 함께 해 온 민중들의 비폭력적인 행동이었다. 대중들이여, 정의를 위해 일어나라. 전쟁 없이도 정의는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
하워드 진 지음, 이아정 옮김
김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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