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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EBS다큐 잠자리 7개월 거쳐 촬영 / 잠자리 생태 영상에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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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EBS다큐 잠자리 7개월 거쳐 촬영 / 잠자리 생태 영상에 담아

입력
2001.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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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다큐는 기다림의 미학"이라고 한다. 그 끈질긴 장인정신이 소담하고 아름다운 프로그램으로 결실을 맺었다.16일 방송되는 EBS자연다큐멘터리 '잠자리'(연출 이의호. 밤 9시 55분) 는 풀잎에, 장독대에 흔하디 흔한 잠자리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한다.

잠자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빨리 나타난 곤충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워낙 흔한 곤충인지라 그 생태에 관한 정밀한 자료가 없어 오히려 고생을 더 했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작년 4월 말부터 11월까지 7개월에 걸쳐 오대산, 광릉, 춘천, 수원 등지를 돌아다녔고 거의 물속에서 살다시피 하며 촬영을 하느라 온몸이 퉁퉁 부었고, 장비가 망가질 뻔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고 한다.

물 속에서 1년 이상을 보낸 애벌레가 물 밖으로 나오는 생의 가장 극적인 순간, 허물벗기부터 시작하여 몸무게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잘 발달된 가슴 근육을 이용하여 최고 시속 98km까지 속력을 내는 비행의 원리, 침입자에게는 가차없이 맹공을 퍼붓는 세력다툼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았다.

특히 꼬리 끝에 집게 모양의 부속기를 암컷의 목덜미에 끼워 하트 모양을 만드는 물잠자리의 교미 장면은 아름답고 우아하기 그지없다.

산란 중인 암컷을 약탈해 가는 냉혹한 적자생존, 본래 물에서 산란을 하는 잠자리가 도심에서는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하고 자동차 앞유리를 수면으로 착각하고 그곳에 알을 낳는 모습도 포착했다.

산란한 알이 물에 휩쓸리지 않도록 홍수로 흙탕이 된 물 속에서도 마치 시멘트처럼 끈끈한 액을 흘려 알을 고정시키는 어미 잠자리의 노력은 눈물겹기까지 하다.

잠자리는 크기가 작고 움직임이 미세한 곤충이라 자연다큐의 소재로 녹록치 않다. 이프로그램은 그것을 마치 HDTV영상처럼 정밀하고 섬세하게 담았다. '따로 색깔을 입힌 것이 아닌가'라는 오해를 받을 정도로 잠자리와 풀숲이 화사하고 선명하다.

이의호 PD는 자연다큐 카메라맨으로 일하다 연출까지 맡게 된 일종의 '카메듀서(카메라맨+ 프로듀서)'로 프랑스 아베빌 조류필름 페스티벌 결선에 진출한 '물총새 부부의 여름나기'(1995년), 일본 어스비전(환경관련 프로그램 페스티벌)에서 우수상을 받은 '하늘 다람쥐의 숲'(97년), 내셔널 지오그래픽에까지 수출된 '논'(98년)등 주옥 같은 작품을 만들었다.

양은경 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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