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란스 쎄럼 에끌레르시쌍 엥땅시프' '샤넬 고마쥬 까레쓰 레브르' '시슬리아 아이 앤 립 콘투어 크림' '시세이도 클레드포 보테 라크레므' '크리니크 안티 그래비티 퍼밍 리프트 크림'..화장품 출시 보도자료를 받고 가장 당혹스러운 점은 "도대체 무슨 뜻이냐"는 겁니다.
"화이트니까 미백 제품이겠지, 리프트면 피부에 탄력을 주는 노화방지?" 이쯤 추측한다면 낙제는 면합니다. "세봄은 피지 관련, 액티브니까 활성성분이란 얘기겠군"한다면 수준급이죠. 아직도 로션, 크림 수준이라구요? 화장품 고르는 데 두 시간은 족히 걸리겠네요.
화장품 이름은 정말 복잡합니다. 사실 화장품 구성 자체가 복잡하기 하죠. 브랜드, 라인, 제품의 이름이 모두 따로따로입니다. 예컨대 '클라란스 오 디나미쌍뜨 윌 싸티네 파르휴메'란 클라란스라는 브랜드에서 나온 향수 라인(오 디나미쌍뜨) 중 오일 향수(윌 싸티네 파르휴메)의 이름입니다.
각각의 이름도 만만치 않습니다. 원래의 용도 외에 멋들어진 수식어가 따라붙으니까요.
'윌 싸티네 파르휴메'중의 '싸티네'는 '새틴처럼 부드러운'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가네보의 센사이 EX라인에는 '하이 프레스티지 프리미엄'이라는 '진짜 순 참기름'식의 수식어가 세 번 반복됩니다. 화이트로는 부족해 '액티브' 화이트고, '컨센트레이트' 크림에, '어드밴스트' 케어가 아닙니까? 뭐가 그리 모자라는지 한결같이 인텐시브, 컨센트레이트, 포스, 플러스, 리치, 하이..
어려운 불어 발음을 한국식으로 표기하거나 '에스티 로더(Est? L'aude)'처럼 불어 철자를 영어식으로 발음하거나(로더가 미국 이민 1세대이기 때문), 조어를 남발하는 것도 헷갈리는 이유입니다.
웬만한 단골이 아니고선 이 이름들을 외우겠습니까? 소비자들은 에스티 로더의 리뉴트리브 골드라인을 '금딱지 화장품'으로 기억할 뿐입니다.
어쨌든 이만큼 성공한 이미지 마케팅은 드뭅니다. 때로 통일되지 않은 이름, 수식어, 용기 디자인, 광고 카피들은 과다한 이미지만 만들고 잊혀집니다. 소비자들을 이해시키기 위한 매장 직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져서 이들은 '뷰티 어드바이저'라 불립니다.
한편 화장품 이름에도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에스티 로더는 클렌징 제품을 내놓으면서 '소 모이스트(So Moist)' '소 클린(So Clean)' 등 가장 단순한 이름만 남겨놓았습니다.
오리진스 역시 스킨케어 제품을 '파인 튜너'(Fine Tunerㆍ정교한 조율사), 과일추출물 세안제를 '드링크 업'(Drink Upㆍ다 마셔버려라), 바디 오일을 '버스데이 수트'(Birthday Suitㆍ배냇옷)로 부르는 등 제품 이름에 재치를 가득 담았습니다.
그래도 어렵긴 마찬가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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