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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경제 公敵' 1호는 포퓰리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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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경제 公敵' 1호는 포퓰리즘이다

입력
2001.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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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공적(公敵)' 1호는 인플레이션이다. 국민의 재산을 무차별적으로 갈가 먹는 지독한 '경제 해충(害蟲)'인 인플레이션은 종종 국가경제 전체를 초토화시켜 버리곤 한다. 모든 선진국들이 물가안정을 경제정책운용의 제1목표로 삼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지금' 한국경제의 공적 1호는 무엇인가. 인플레이션 ? 아니다. 포퓰리즘(Populismㆍ대중영합주의)이다. 인플레이션 퇴치가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가 아니다. 현재 시점에서는 포퓰리즘의 퇴치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실 인플레이션과 포퓰리즘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개도국에서는 서로 같은 구조로 얽혀 있다. 포퓰리즘을 막지 못하고서, 인플레이션을 퇴치할 수 없다.

그 포퓰리즘이 한국을 유혹하고 있다. 중남미 경제를 썩어 문드러지게 한 포퓰리즘이 '노사 화합' '빈부격차 완화' '지역갈등 해소' 등의 명분을 앞세워 고개를 내밀고 있는 것이다.

노사화합하자는데., 빈부격차완화하자는데., 지역갈등해소하자는데.,정국안정시키자는데.곳간 열쇠 좀 열면 어떤가. 국민 여론도 지지하는데..

정부의 경제팀은 정치권의 제물이 되어 버린지 오래됐다. 경제팀 교체는 항상 국면전환용이다.

정체성없는 여론이 경제팀의 인사권을 쥐고 있다. 경제팀 총수가 벌써 몇번째인가.

최근에는 국무회의 석상에서 증시대책이 논의됐다. 예감이 어쩐지 좋지 않다. 집단이기주의는 갈수록 태산이다. 큰 목소리로 데모하는 집단에게 더 많은 떡이 주어진다.

노동자 농민 교사 은행원 공기업직원 등 각계각층이 언성을 높인다. 묵묵히 일하는 사람은 팔불출이다. 이게 바로 '한국형 포퓰리즘'이다.

한국은 지금 '구조조정'이라는 경제전쟁을 치르고 있다. 경제의 골격을 수술하는 작업이다.

포퓰리즘은 구조조정기에 괴력을 발휘한다. 어떤 사람이 고통스런 수술을 받길 원하겠는가. 수술하지 않으면 죽는다니까 하는 수없이 응하는 것이지.."아프지 않게 수술해 달라." "쓴 약은 먹지 못하겠다." 환자들의 아우성이 하늘을 치른다.

의사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그런데 의사가 환자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해서 입맛 맞는 대로 수술을 해 주고, 먹기 좋게 투약을 한다면 수술이 성공할 수 있을까.

여론의 실체는 무엇인가. 민심인가 아니면 '눈사람'인가. 여론은 민심이다. 민심은 천심이다. 정치지도자들이나 국정운영자들은 여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하늘의 뜻'을 읽어내야 한다. 그러나 모든 여론이 천심은 아니다. 대중(大衆)은 곧잘 흥분한다. 여론은 '대중매체(신문ㆍ방송)가 만들어 낸 눈사람'이라는 악평도 여기서 나온다. '눈사람 여론'을 봐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정치전망(구랍 26일)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올 하반기부터 대권(大權)레이스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예측은 너무 순진한 수준이었다.

새해 벽두부터 대포가 불을 뿜는 것을 보면.. 여야 정치권은 대권전쟁의 대포를 너무 일찍 쏘았다. 대권전쟁은 앞으로 2년 내내 계속될 것이다. 포퓰리즘이 창궐할 것만 같다.

평상시의 경제공적 1호는 인플레이션이지만, 지금과 같은 구조조정기의 경제공적 1호는 포퓰리즘이다. '눈사람'을 '참 여론'으로 착각해서는 안된다. 천심은 눈밑에 있다.

포퓰리즘의 유혹을 떨처버리고 구조조정(수술)을 확실히 완수해야 한다.

이백만 경제부장

mill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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