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타당성을 추구해야 하나, 아니면 사회적 통념을 중시해야 하나.외국계가 대주주인 제일은행이 올해부터 소액 예금자에 대해 계좌유지 수수료를 부과키로 한 것을 계기로 은행들의 고객 차별화 정책에 대해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서민 고객들은 "은행이 당장의 이익을 위해 빈익빈 부익부를 조장하고 있다"고 반발하는 반면, 제일은행측은 "효율적인 경영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은행이 수익창출에 기여도가 높은 고액 예금자들을 우대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VIP' 고객에게는 적지않은 우대금리를 얹어주는 것은 물론 전용 상담센터를 통해 재무설계를 해주고 명절 때마다 선물을 전달하는 등 극진한 대접을 한다. 반면 소액 예금자들은 창구에서조차 반기지 않고 자동화기기로 내몰리는 '푸대접(?)'을 받는다.
은행간 무한 생존경쟁이 시작되면서 고객 차별화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제일은행은 올해부터 보통예금이나 정기예금 등의 통장을 개설한 고객 중 월 평균 잔액이 10만원 이하인 고객에 대해서는 월 2,000원의 계좌유지 수수료를 받고 있다.
또 5만원 이상의 예금에 대해서만 통장을 개설하고 있다. "소액예금의 경우 은행에 수익을 가져다 주기 보다는 관리비용만 높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은행측 설명이다. 단 만 18세 미만 또는 65세 이상의 고객, 장애인이나 상이자 및 기초생활보호자, 인터넷뱅킹 이용고객 등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다.
제일은행의 '돌출행동'에 대해 다른 시중은행들도 동요하는 분위기다. 주택은행이 지난해 8월부터 인터넷저축예금 고객이 200만원 미만 금액을 창구에서 입출금할 경우 1,000원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기는 하지만 인터넷예금시 1.5%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하는데 대한 보상 조치에 불과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액 거래자가 창구를 이용할 경우 인건비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만큼 계좌유지 수수료 등을 부과하는 것이 타당할 수 있다"며 "하지만 여론의 반발 등을 우려해 다른 은행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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