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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동포가 4명 총격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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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동포가 4명 총격살해

입력
2001.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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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50대 재미동포가 자신의 부인과 이웃 일가족 등 모두 4명을 권총으로 살해하고 자살한 사건이 발생, 최근 잇따른 총기사건들로 홍역을 치른 미국사회에 또다시 큰 충격을 던졌다.■ 총기 난사

현지 경찰과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9일 낮 12시(이하 현지시각)께 휴스턴 남서부 한인 도매상가지역인 하윈가(街)에 있는 센트럴플라자 내 미용재료 및 의류판매업소 '앰코 트레이딩(AMKO Trading)'에 박기영(53ㆍ사업)씨로 알려진 범인이 침입, 권총 2정을 난사해 주인 장정웅(60)씨와 장씨의 부인 현숙(55)씨, 막내딸 캐티(23)씨를 살해했다.

경찰과 대치하다 자살 "의처증이 원인" 추정

박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업소 안에서 한시간 가량 대치하다 경찰 특공대(SWAT)가 진입하려 하자 스스로 머리에 총을 쏴 자살했다. 당시 업소 안에는 종업원과 손님들을 포함, 10여명이 있었으나 장씨 가족 외에는 모두 무사했다.

경찰 관계자는 "SWAT 팀이 가게 안으로 뛰어들어 갔을 때 이미 장씨 가족은 모두 숨져 있었고, 박씨는 머리에 피를 흘린채 신음 중이어서 급히 인근 병원으로 옮겼으나 곧 사망했다"고 밝혔다.

업소 종업원 등 목격자들은 "박씨가 들어오자마자 장씨를 보고 '네가 내 가정을 파괴했다'고 소리지르며 먼저 카운터에 있던 캐시를 쏘았다"고 전했다. 박씨는 이어 손님 4명에게 "나가라"고 소리쳐 내보낸 뒤 공포에 질려 있는 장씨 부부를 향해 권총을 난사했다.

박씨는 경찰과 대치하며 달아날 방도를 찾았으나 SWAT 팀이 출동한 것을 보고는 곧바로 자살했다.

■ 부인 살해

수사에 나선 경찰은 사건 발생 4시간 뒤 박씨와 별거 중인 부인이 운영하는 인근지역의 편의점 '스톱 바이 마켓 #2'의 냉장실 안에서 역시 총에 맞아 숨져있는 박씨의 부인을 발견했다.

경찰은 "전날인 8일 밤 박씨가 급히 편의점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는 이웃주민들의 말에 따라 박씨가 이날 밤 부인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범인과 피해자 주변

박씨와 장씨는 몇 년 전부터 사업관계로 잘 아는 사이였으며, 두 가족도 친목계 등을 통해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박씨는 근거없이 "아내와 장씨가 함께 잠을 잤다"며 두 사람의 관계를 의심해 박씨의 의처증 증세가 이번 사건의 동기가 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군에도 복무한 적이 있는 박씨는 25년전 휴스턴에 정착, 한때 큰 재산을 모으기도 했으나 도박에 빠져 돈을 탕진 한 뒤 현재 야채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부인은 최근 박씨의 도벽과 의처증을 견디지 못해 별거 중이며 현재 이혼수속이 진행 중이다.

피살된 장씨는 77년 이민, 자수성가한 인물로 휴스턴 한인경제인협회 고문, 휴스턴 라디오코리아 부사장, 현지 해병전우회장 등을 맡아 활동하면서 현지 동포사회의 두터운 신망을 받아왔다. 세딸 중 장녀 해진, 차녀 경아씨는 현장에 없어 화를 면했다.

한편 휴스턴에는 2만명 정도의 한인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날 사건이 난 하윈 지역에는 한인업소 120여 곳을 비롯, 동양계 상점 800여개가 밀집해 있다.

LA미주본사=황성락기자휴스턴지사=도기홍 양칠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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