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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IT도시들 / (8) 솔트레이크 시티-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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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IT도시들 / (8) 솔트레이크 시티-下

입력
2001.0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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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시스템 전문업체 에반스&서덜랜드(E&S)는 솔트레이크 시티 IT 산업의 상징이자 첨단과학의 결정체이다. 1968년 창업 이후 32년만에 영상 시뮬레이션, 컴퓨터 그래픽 등에서 일군 세계 최고의 명성은 솔트레이크 시티를 일약 하이테크의 산실로 이끌었다.캘리포니아 버클리대에 컴퓨터학과를 처음 만든 데이비드 에반스(1997년 사망)와 그래픽에 컴퓨터를 처음 적용한 이반 서덜랜드가 공동 창업한 E&S는 불모지였던 영상 시뮬레이션을 사실상 처음 상업기술화하고 시장을 개척했다.

E&S가 갖고 있는 절대적 시장점유율, 정부, 민간 할 것 없이 망라돼 있는 고객은 E&S의 축적된 기술수준을 반증해 준다.

군 기지로 사용되다 유타대가 매입, 벤처기업에 장기 임대하고 있는 대학 연구단지(research park)가 E&S 본사가 있는 곳이다. 세계 최고 기술의 총아로 자리잡은 지 오래지만 본사 부지는 아직 소유주가 대학인 `임대기업' 이다. 물론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인력, 기술 등 대학이 제공하고 있는 탁월한 연구환경 때문이다. 슬림 경영, 한 분야에만 전력을 추구하는 기술지상주의를 모토로 하는 E&S에게 건물, 땅 등은 관심 밖의 영역이다. 기업활동의 핵심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 걸쳐 900명의 인력을 갖고 있는 E&S의 제품은 독점이 우려될 정도로 각 부문에서 단연 선두다. 조종사 비행 훈련용으로 주로 사용되고 있는 영상 시뮬레이션은 항공기, 선박, 컴퓨터 영상시스템 등에까지 영역을 확대하며, 민항기 시장의 70%, 군용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육ㆍ해ㆍ공군을 비롯, 주요 민간 항공사, 우주항공국(NASA), 교통부, 해안경비대가, 외국에서는 군 및 우주항공, 항공사, 중공업, 연구단지, 반도체, 컴퓨터, 자동차 업체 등 거의 모는 분야가 E&S 고객이다. E&S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는 세계 민간항공사를 찾기 힘들 정도다.

한국도 의존도가 적지 않다. 대한항공 A-330, B-747-400 기종, 아시아나 항공 B-737이 E&S의 영상 시뮬레이션을 적용하고 있고, 공군 F-16, 육군 AH-1 & UH-60 등 군용 항공기도 E&S의 10년 고객이다. 최근에는 미 8군 CH-47, UH-60 기종에 대한 시스템 재구축 작업을 마쳤다.

20년간 미 공군 조종사로 일하다 1990년 퇴임한 뒤 E&S의 국제마케팅 이사로 있는 도널드 브라운(사진)은 "안정적 인력구조(연 이직률 7~8%), 세계 주요 공항 환경에 대한 완벽한 시뮬레이션화, 기술 선도업체로서의 이점 등이 세계 시장 장악의 요체" 라고 말했다.

PC 컴퓨터 그래픽, 디지털 모의천체 영상기, 모의 천체관 등은 첨단 시뮬레이션 기술이 밑거름이 된 E&S의 또 하나의 자랑이다.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비디오 게임 시장 진출을 논의한 적이 있었으나, 제품의 전문성을 꾀한다는 측면에서 백지화했다" 는 브라운 이사는 "대학을 일일이 돌며 인력을 확보하려는 고급두뇌 유치노력이 E&S가 가장 중시하는 것 중 하나" 라고 말했다.

솔트레이크 시티=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COEP없인 솔트레이크도 없다

'Centers of Excellence Program(COEP)'.

우리말로 옮기면 우수 연구기관 양성 프로그램이다. 솔트레이크 시티가 IT 도시로 거듭난 배경을 설명하자면 정부-대학-민간의 삼각체제가 만들어낸 COEP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상업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내는 대학 연구센터를 발굴하고, 이 기술을 이용하는 벤처기업을 길러내는 게 COEP의 목적이다. 기술을 개발한 연구진은 특허ㆍ지적 재산권을 내고, 벤처기업에는 로열티를 받고 기술을 넘긴다. 그 돈이 다시 연구실로 환원되는 것은 물론이다.

단순해 보이지만 각 단계마다 정부가 지원하고 심사하는 과정은 엄격하고 치열하며 민간지향적이다. 정부 지원금은 전체 금액에서 일정비율 이하로 하고 나머지는 해당 연구센터가 '능력에 따라' 민간부문에서 규정된 비율 이상의 돈을 끌어와야 한다.

민간부문에서 자금을 수혈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기술의 장래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민간과 정부의 지원비율은 최소 2 대 1. 그러나 1999년 이 비율은 5.9 대 1이었고, 이 프로그램이 처음 실시된 1986년 이후를 모두 포함하면 10.8 대 1에 이른다.

정부가 기술개발을 위한 자극제를 제공하고 민간부문이 추진체 역할을 하는 가장 바람직한 형태의 협력체제가 가동되고 있는 것이다.

유타 주정부 경제개발부문 부이사 라지브 쿨카니(사진) 박사는 "뉴욕에 이어 두 번째로 실시하면서 쌓아온 오랜 공신력, 민간부문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COEP의 경쟁력, 대학의 기술개발에 대한 열정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지난 한해동안 심사를 통과한 연구센터는 모두 16개에 정부 지원금은 200만 달러. 지금까지 14년간 3,230만 달러의 정부 돈이 투입된 반면, 민간부문에서는 10배가 넘는 3억4,500만 달러가 COEP의 연구센터에 쏟아져 들어왔다.

132개 하이테크 기업이 COEP를 통해 개발된 기술로 탄생했고, 이들이 IT분야에서 만들어낸 일자리는 1,300여 개에 달한다. 101개 특허권이 출원됐고 연구센터와 기업간 175건의 특허계약이 이뤄졌다. 모든 분야를 통틀어 매년 창업되는 신생기업의 20%가 COEP에 의한 것이라는 게 쿨카니 박사의 추산이다.

선정된 연구센터에 대한 평가작업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매년 심사를 거치며 5년이 지나면 지원대상에서 빠져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그 동안의 로열티나 민간지원 실적이 부진하면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

이렇게 해서 지금까지 탄생한 91개의 연구센터가 정보통신, 생명ㆍ유전공학, 전자디자인, 환경공학 등 오늘의 솔트레이크 시티 첨단과학의 젖줄로 변모했다.

/솔트레이크=황유석기자

■COEP 심사과정은...

정부지원을 받는 연구센터는 매년 12월말 COEP가 유타대, 유타주립대, 브리검 영 대학 등 3개 대학에 제안신청서를 발송하면서 심사절차가 시작된다.

유타주 첨단기술업종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는 COEP에 제출된 신청서를 1차 서류심사 한 뒤 실사(實査), 인터뷰 과정을 거쳐 최종 보고서를 작성, 전국 표준ㆍ공학 연구원(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nology)에 제출한다.

상업적 가치의 잠재력과 기술수준에 대한 또 다른 독립기관의 의견을 구하기 위해서다. 평가의 기준은 기술의 경쟁력, 실현가능성에 집중된다. 각 연구센터가 낸 신청서는 평가에 의해 순위가 매겨지며, 정부 지원금은 주 의회에서 할당한 금액에 기초해 산정된다.

연구센터 당 매년 10만~22만 달러 범위에서 지원금이 책정되고, 일반적으로 5년간 계속된다. COEP에 대한 자문 책임은 '주 과학ㆍ공학 자문위원회' 가 지도록 법령에 의해 규정돼 있다. 지금까지 7개 연구센터가 우수 연구센터(Distinguished Center)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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