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싱크 가수는 가라!'립싱크를 당연시하던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연말 '가요대상'수상자로 나와서도 꺼진 마이크를 들고 입시늉만 하는 가수들에게 입만 벙긋거리는 '붕어'라는 비난이 쏟아지는가 하면, 라이브로 노래하는 가수가 2~3명에 불과할 정도로 립싱크 일색이던 TV 가요순위 프로그램도 개선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KBS '뮤직뱅크'(연출 유찬욱. 목요일 오후 7시)가 '올 라이브(All Live)'라는 정공법을 취해 주목된다.
이 프로그램은 4일 방송분에서 출연 가수들이 모두 직접 노래를 불렀다. 제작진은 18일 방송에서도 모든 가수들에게 라이브로 곡을 부르게 할 예정이다.
유찬욱 PD는 "생방송이라 가수들이 실수를 할까 불안하기도 하지만, 적어도 가수라면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런 지침을 세웠다"고 말했다.
'올 라이브 뮤직뱅크'에서는 가수들의 실력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항상 라이브를 해왔던 임창정과 김장훈은 여유만만하게 제 실력을 발휘했지만 대부분 댄스가수들은 고음처리가 매끄럽지 못해 불안하게 들렸다. 심지어 파워풀한 가창력으로 유명한 록가수마저 고음 부분에서는 실수를 했다.
'보는 사람도 불안하다. 댄스가수는 춤이나 제대로 추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시청자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KBS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해 "이제야 제대로 된 가요프로그램을 보는 것 같다"는 격려를 보내왔고 "앞으로도 계속해 달라""기대를 갖고 지켜보겠다"등의 의견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날 모든 가수들이 반주만 들어간 테이프를 틀어놓고 직접 전곡을 노래하는, 말 그대로의 '라이브'를 한 것은 아니다.
고음 부분에서는 부분적으로 목소리가 들어간 녹음 테이프를 틀어 놓았다. 이날 '립싱크를 했는데도 1위를 했다'는 오해를 산 유승준은 목소리를 기계음으로 변조한 소절을 비롯, 테이프를 틀어 놓은 시간이 다소 긴 경우이다.
따라서 앞으로 '올 라이브'로 방송을 할 경우 '어디까지를 라이브로 인정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생긴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당분간은 육성을 내기만 해도 라이브로 인정할 것"이라고 한다.
목소리까지 녹음된 테이프를 길게 틀어 놓더라도 마이크를 켜고 노래하는 분위기라도 장려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전면적으로 확산될 지는 미지수이다. 한 순위프로그램 관계자는 "우리는 쇼의 완성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굳이 라이브를 장려할 생각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다음부터는 '발성 연습'부터 제대로 해서 나오겠다는 가수도 있을 정도로 '올 라이브'의 반향은 만만치 않다.
11일은 방송에 첫 출연하는 신인 가수들이 많아 출연자의 절반 정도만 라이브를 한다.
"신인들은 실수할 확률도 높고, 그럴 경우 당사자의 가수생활에도 치명적"이라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올 라이브로 진행될 18일 방송에서 과연 얼마나 많은 가수들이 충분한 '노래 연습'을 해올지 주목된다.
양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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