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전공자가 아닌 의사가 20세기 100년의 주요 연주가와 음반을 망라한 클래식음반 안내서를 냈다. 대구에서 개업 중인 비뇨기과 의사 서석주(51)씨의 '20세기를 빛낸 연주가-명곡, 음반 1213'(도서출판 예솔)이다.이 책은 지금까지 나온 같은 종류의 어떤 책보다 방대하고 충실하다. 중세 음유시인의 노래부터 20세기 현대음악까지 무려 1,213곡의 대표적인 음반을 소개하면서 연주가 500명과 음악 설명까지 곁들여 음악, 연주가, 음반을 한꺼번에 정리하고 있다.
더 인상적인 것은 최대한 객관적으로 음반평을 쓰고자 한 지은이의 고집이다. 기존 책들이 너무 주관적이라고 생각한 그는 미사여구나 일방적 찬사를 피하고, 음악 감상에 꼭 필요한 내용만 추려서 간결하고 쉽게 썼다. 그 흔한 '명반'이란 단어는 아예 뺐다.
'명반론의 무분별한 남발이 못마땅해서'라고 했다.
이 책은 수천 장의 음반을 일일이 비교감상하고 메모한 것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책을 써야지 작정하고 듣기 시작한 게 1995년 11월. 1년 8개월 간 매일 평균 두 곡씩, 밤 9시부터 1시까지 음반을 듣고 소감을 적었다.
하도 쓰다보니 오른쪽 손가락 인대가 늘어나 고생하기도 했다. 어느 곡은 무슨 무슨 음반이 있는데, 이건 어떻고 저건 어떻고, 같은 곡이라도 어느 부분은 누구 연주가 좋고, 어느 음반은 알려진 것만큼 훌륭하지 않고 등등 남의 말 빌지 않고 자신이 직접 귀와 가슴으로 점검해서 썼다.
초등학교 시절 어린이합창단에서 노래하다 음악에 눈떴다는 그는 대구에서는 소문난 음악 애호가다.
30여년 간 LP 4,200여 장을 모으고, 공연장을 찾아다니고, 대구의 다른 음악광 의사 4명과 대구악우회를 만들어 매달 한 번 모임을 갖고, 신문ㆍ잡지에 음악 칼럼을 쓰거나 방송 해설자로도 활동해왔다.
"나는 평론가도 전공자도 아닌 애호가일 뿐이지만, 음악사랑 30년을 결산하고 그 사랑을 나누기 위해 4년 여 각고 끝에 책을 썼다"는 그는 "이 일을 하려고 세상에 태어난 것 같다"고 했다.
이 못말리는 애호가의 끝없는 질문에 20년 넘게 시달려온 한국예술종합학교 이강숙 총장은 "음악에 대한 그의 집념에 질렸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이 책의 꼼꼼함과 방대함, 정직함과 충실함은 독자를 질리게 만든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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