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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눈물- "집이 우리에겐 집구석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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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눈물- "집이 우리에겐 집구석일뿐"

입력
2001.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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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집구석' 인 아이들이 있다. '눈물' 은 이런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가출한 아이들만큼 사랑스럽지 못한 아이들이 있을까.아이들은 또래 여자애들에게 술 한잔의 대가로 몸을 요구하고, '아는 누나' 방에서 혼숙을 하고, 밥보다 부탄가스를 마신다.

소녀 호스티스의 기둥서방 노릇까지 하는 창(봉태규), 그에게 기꺼이 몸 판 돈을 대어 주는 란(조은지), '나쁜 잠 (섹스)' 은 자지 않겠다는 새리(박근영), 그를 사랑하는 한(한준). 한 소녀는 몸을 팔고, 한 소녀는 '하고 싶어 미칠 것 같다' 면서도 섹스를 하지 못한다.

한 소녀의 성은 돈으로 거래되며, 한 소녀는 근친의 강간으로 섹스기피증에 걸렸다. 그래도 아이들은 울지 않는다. 그들은 스스로를 어떻게 정화해야 하는 지 모르기 때문이다.

대신 구토를 한다. 가출한 아들에게 돈 부탁을 하는 어머니의 전화를 들으며, 무전취식을 하고 주인을 피해 달아나며, 부탄 가스를 마시고, 그들은 먹은 것을 게워낸다.

그들에게 눈물보다 구토가 친근하다. 35㎜ 카메라는 도저히 들어갈 수 없는 공간을 디지털 카메라로 침투해 들어간 임상수 감독은 영화 속 의사로 등장, 이렇게 메시지를 전한다.

"이런 덴 너희들이 있을 곳이 아니야"

언뜻 장선우 감독의 '나쁜 영화' 와 비슷하다. 하지만 뚜렷한 플롯을 가진 극영화이고, 저예산영화이다. 다큐 성격의 '나쁜 영화' 에서 위악적 분위기가 느껴졌다면, 이 영화는 오히려 다큐적 느낌이 강하다. 아이들을 향한 감독의 시선 차이에서 비롯됐을지도 모른다.

"1996년부터 가리봉동 지역에서 아이들을 만나 인터뷰한 것을 기초로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는 감독의 시선이 '눈물을 모르는' 아이들의 처철한 아픔을 드러내기에 충분하다.

아이들은 거칠고 '막가는' 분위기이지만 결국 어른들의 시스템에 굴복한다. 란과 새리는 여전히 윤락업소를 전전하고, 포주와 친한 경찰들에게 잡히는 것은 한과 창이다.

가출한 아이를 설득하기 위해 담배를 권하고, 집에서의 동거마저 눈감아 주는 부모의 캐릭터는 이 영화가 얼마나 '의식 속의 가정' 과 '실제 가정' 의 차이를 좁히려 애썼는지 말해준다. 봉태규 등 신인들의 연기도 자연스럽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딜레마는 등급. '18세 관람가' 를 받았다. 영화속 현실이 익숙한 청소년들은 그것을 볼 수 없고, 그것을 부인하고 싶은 어른들에게만 문이 열렸다. 아이러니다.

박은주 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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