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실세금리가 연 5%대 진입을 눈앞에 두는 등 저금리 기조가 정착되고 있지만 개인 고객들에겐 전혀 혜택이 돌아가지 않은 채 은행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자산운용에서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은행들이 대출금리는 그대로 둔 채 수신금리만 잇따라 인하해 수익을 보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금융계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 유통수익률이 연 6%대 초반을 오가는 가운데 전날인 8일 실시된 국고채 입찰에서 상당수 금융기관이 연 6% 이하의 금리에 응찰하는 등 연 5%대 진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기관들이 국공채 등 안전 자산만을 선호하는 현상이 극심해 지면서 국고채 수익률이 사상 최저(1999년5월 연 5.91%) 수준을 위협하고 있는 것.
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이처럼 안전 자산의 수익률이 극히 저조해 돈 굴릴 곳이 마땅치 않은데도 불구하고 회사채 등 위험 자산에는 여전히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역마진을 보더라도 안전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인식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대신 예대금리 폭을 넓혀 수익성을 보전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대출금리는 요지부동인 반면, 지난해 초 연 8%에 육박했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6%대 후반으로까지 떨어졌다. 은행들로서는 1%포인트에 달하는 예대마진을 확보해 자산운용에서의 역마진을 메우고 있는 셈이다.
금융계 전문가들은 금융권 자금이 주식이나 회사채 시장으로 흘러들어가지 않는 한 '자금시장 양극화 →국고채 금리 하락 →예대금리 폭 확대 →고객 피해'의 사슬을 끊기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정부측은 저금리를 견디지 못하는 자금이 자연스럽게 주식 및 회사채 시장으로 흘러들어가기를 기대하는 듯하지만 은행들은 오히려 예대금리차를 늘리는 방식으로 수익을 보전하고 있다"며 "결국 손실이 고스란히 고객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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