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경기 전망과는 달리 새해 무대는 굵직굵직한 공연들로 환하다. 주머니 사정이 안타까울 뿐, 좋은 무대가 많이 기다리고 있다. 무엇을 볼지 고르는 고민이 남았다.올해는 춤판이 어느 해보다 화려하다. 가장 큰 화제의 인물은 모리스 베자르이다. 11월 첫 내한 예정인 베자르는 현재 로잔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금세기 최고의 현대 안무가.
TV 시리즈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에 조르주 동의 춤으로 소개됐던 유명한 '볼레로'도 그의 작품이다.
영화 '백야'로 낯익은 미하일 바리시니코프는 미국 안무가 마크 모리스와 함께 1990년 창단한 '화이트 오크 '무용단을 이끌고 2월에 온다. 고전발레의 대가인 그가 이번엔 현대무용으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고전발레와 현대무용의 만남으로 세계적 명성을 갖고 있는 러시아의 보리스 에이프만 무용단 공연(5월)도 놓치기 싫은 무대. 이밖에 모스크바 시티 발레단(10월), 볼쇼이발레단(9월), 대만 현대무용가 린화이민(7월)을 기억하자.
음악 쪽에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고음악 단체의 내한이다. 크리스토퍼 호그우드가 이끄는 '아카데미 오브 에인션트 뮤직'(6월), 파비오 비욘디가 이끄는 '에우로파 갈란테'(3월), 라인하르트 괴벨이 이끄는 '무지카 안티쿠아 쾰른'(2월)이 온다.
모두 첫 내한이다. 바로크 이전 고음악 연주가 거의 없는 국내 무대에서 이들 유명 단체의 내한은 모처럼 만나는 단비가 될 것이다.
오케스트라로는 명장 쿠르트 마주어가 지휘하는 런던필(10월)과, 높은 음악 수준을 자랑하며 동구에서도 정상을 지키는 체코필(11월)이 온다. 런던필 공연은 장영주(바이올린)가 협연한다.
새 얼굴이 드문 게 아쉽지만, 성악가들의 내한도 꾸준히 이어진다. 소프라노 갈리나 고르차코바(3월), 제시 노먼(4월), 바바라 헨드릭스(5월), 조수미(7월), 메조소프라노 제니퍼 라모어(9월),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11월), 카운터테터 브라이언 아사와(9월), 바리톤 브라인 터펠(10월)과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12월)가 온다.
터펠과 보스트리지는 첫 내한이다. 이들의 훌륭한 노래는 이미 음반으로 잘 알려져 국내에도 많은 팬을 갖고 있다.
기악 쪽에서는 LG아트센터의 피아노 리사이틀 시리즈가 눈에 띈다. LG는 엠마누엘 액스(2월), 장 이브 티보데(2월), 피터 야블론스키(3월), 예핌 브론프만(6월)을 초청한다.
다른 피아니스트로는 스티븐 코바세비치(10월), 올리 머스토넨(12월) 공연이 예정돼있다. 장한나 첼로 독주회(8월 말), 유리 바쉬메트 비올라 독주회(10월)도 열린다.
실내악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될 무대도 즐비하다.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의 크레머라타 발티카(5월), 빅토리아 뮬로바 앙상블(3월), 막심 벵게로프 앙상블(10월)과, 슈투트가르트 체임버(6월), 모스크바 체임버(12월), 플루티스트 제임스 골웨이의 플리쉬 체임버(5월)가 온다.
이 많은 내한공연 외에 국내 예술가들의 무대도 알차다. 국립발레단은 볼쇼이발레의 신화를 일군 안무가 유리 그리가로비치의 '백조의 호수'(6월), '스파르타쿠스'(8월)를 올린다.
피아니스트 강충모의 바흐 전곡 연주회, 지휘자 임헌정과 부천필의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회도 지난해에 이어 계속된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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