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경제장관들이 9일 국무회의에서 '주가토론'을 벌였다.먼저 김 대통령이 "경제지표가 좋은데 주가가 1년 전에 비해 50.9%나 떨어졌다"면서 "미국의 나스닥 하락폭보다 더 떨어진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진 념(陳 稔) 재경장관은 "현대건설이 4, 5 차례 유동성 불안을 겪었고 정현준, 진승현 사건 등 금융악재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면서 "이것이 코스닥에 영향을 주었다"고 설명했다.
진 장관은 "99년에 코스닥이 너무 활황이어서 작년에 조정된 측면이 있다"면서 "경제위기설에 따른 투자위축도 주가하락에 영향을 주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다시 "올해의 대책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진 장관은 "4대개혁의 틀이 2월 말까지 마무리될 수 있다는 확증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올들어 주가가 상승한 것은 정부의 개혁의지에 대한 신뢰 때문으로 본다"고 답했다.
진 장관은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65조원에 대한 상환대책을 마련하고 연기금 등 중장기 증권의 수요를 확충한 것, 근로자증권저축을 도입한 것 등도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한동(李漢東) 총리는 "주가가 5일 연속 오르다가 오늘 오전 종합주가지수는 내리고 코스닥은 올랐더라"면서 "미국 주가는 금리 인하로 하루만 폭등했다가 바로 내려갔는데 이를 어떻게 보는가"라고 물었다.
진 장관은 "나스닥이 우리 지수에 영향을 주고 있으나 우리 주식은 과소평가돼 있다는 게 외국의 판단"이라며 "정부가 대우차 한국전력 한국통신의 금융파업을 원칙대로 처리한 게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총리 경제장관이 이례적으로 주가토론을 벌인 것은 주가와 민심의 함수관계를 인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주식 투자 인구가 429만명으로 5인 가족으로 치면 모두 2,000만명이 주식에 연관돼 있다"면서 "주가 상승은 경제적 측면 외에도 정치적 측면에서도 중시해야 할 테마"라고 말했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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