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시세가 지난 해 하반기부터 엄동설한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서울 일부 지역을 시작으로 최근 전세시장이 동면에서 깨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일단 이 같은 전세 매물 강세가 초ㆍ중ㆍ고교 겨울방학을 맞은 이사 수요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분석하면서도 부동산 시장의 해빙 전조가 아닌가 하는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시세 정보제공업체인 닥터아파트(www.drapt.com)가 최근 수도권 아파트 시세를 조사한 결과 서울 마포구, 용산구, 양천구, 강남구, 서초구 등 지역에서 매매 거래가 여전히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세는 매물이 빠른 속도로 소화되면서 가격도 강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양천구 목동 35평형 아파트의 전세 시세는 지난달부터 오르기 시작해 한달여 만에 1,000만원~2,000만원 정도 상승한 1억8,000만원선에서 거래가 이뤄진다.
전세가 하락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던 지난해 8~9월의 시세를 회복한 셈이다. 인근 명문공인 김기호 사장은 "지난달 말부터 전세 수요가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시세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중소형 평형은 물건이 달리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전세를 빼지 않고 재계약하는 세입자들이 늘고 이사수요가 겹치면서 전세 매물이 부족해진 것이 가장 큰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용산구쪽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촌동 한가람 25평형은 지난해 말에 1억2,000만원에도 전세 거래가 어렵던 것이 최근 매물이 줄기 시작하면서 1억3,000만원대까지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고 33평형의 경우 매물을 찾기도 힘든 상황이다.
인근 이촌동 대우 한강, 강촌 건영 등 대부분의 단지에서도 전세매물이 줄고 있다. 인근 미투리공인 김종학 사장은 "전세는 대형 평형만 매물이 있는 정도"라며 "가격도 중소형을 중심으로 한 달 새에 1,000만원 정도 올랐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사철 수요도 한 원인이지만 주택 시세가 바닥에 닿았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도 일조를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닥터아파트측은 "예년에 비해 빨리 전세시장이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올해 신규입주물량이 적은데다 작년 말부터 전세시장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면서 미리 전세를 구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하지만 닥터아파트 곽창석 이사는 "전반적인 전세가 강세로 속단하기는 힘들다"며 수요자들이 의사결정을 서두르지 말 것을 당부했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위원도 "일부 지역에 국한된 현상일 뿐"이라며 "이사철이 끝나면 시세도 다시 내림세를 탈 것"이라고 전망 했다.
진성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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