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로부터 선거자금을 지원받은 정치인들 명단이 9일 공개되자 검찰은 곤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검찰만이 파악, 보유할 수 있는 자료가, 그것도 안기부 비자금 분배 과정에서의 한나라당 강삼재(姜三載) 의원의 역할이 드러나 그에 대한 조사가 정치쟁점화한 때 불거져 나왔기 때문. 더욱이 박순용(朴舜用) 검찰총장은 전날 이례적으로 기자간담회를 자청, 강 의원 조사의 필요성을 역설한 터였다.
검찰은 정치인 명단 작성 및 유출을 부인하고 있다. 검찰 수사 관계자는 9일 "수사팀이 수사내용이나 계좌추적 과정에서 나온 것들을 가지고 있기는 하나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은 없으며, 수뇌부에 표로 만들어 일괄 보고한 사실도 없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언급은 전날 집권 여당 등에 수사내용을 알려준 적이 없다고 한 박 총장의 발언과 맥이 닿아있다. 검찰 수사내용을 알 수 있는 청와대 등 관련 기관 관계자들도 "정치인 명단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부인했다.
정치인 명단 공개 과정에 검찰 또는 관련 기관이 연관돼 있는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그러나 정치인 명단 공개가 검찰에 결코 불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검찰 출두를 거부하는 강 의원과 한나라당측의 도덕성이 훼손돼 검찰 조사를 거부할 명분이 약해졌다. 검찰로서는 강 의원과 안기부 자금을 받은 다른 전ㆍ현직 의원들을 조사할 수 있는 명분을 챙길 수 있게 됐다.
수사 관계자는 이날 안기부 자금을 받은 정치인들에 대한 소환 조사 방침을 밝혔다. "이번 사건 수사의 핵심은 관련자 사법처리가 아니라 실체적 진실 규명"라던 검찰의 종전 태도에 변화가 감지되는 것이다.
황상진기자
apri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