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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고립무원, 공포의 30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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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고립무원, 공포의 30시간

입력
2001.0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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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만의 폭설이 내린 7일 새벽이후 대관령 부근에 있던 사람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차안에서만 30시간 넘게 지내야 했지만 도움의 손길은 전혀 없었다.탈진한 아이를 안고 119에 도움을 요청해도 소용이 없었다. 분유가 떨어져 대관령 휴게소 식당에서 미음을 만들어 먹이는 아기 엄마는 추위와 불안감에 몸을 떨었다. 횡계톨게이트를 지나 대관령 휴게소를 향하던 사람들은 왕복 10㎞가 넘는 거리를 물과 빵을 구하기 위해 3시간 넘게 걸어야 했다.

날이 새고 눈이 그치면서 헬기가 뜨자 구호물품이 라고 내려주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대부분 취재용이었다. 경찰 헬기는 한 바퀴 돌더니 떠나 버렸다.

8일 오후엔 차량소통이 가능하다는 도로공사의 판단으로 월정톨게이트 차단선을 풀었지만 1분에 1대도 통과하지 못했고 고속도로는 전날보다 더 긴 행렬의 주차장이 돼버렸다.

해가 지고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자 길에서 밤을 새워야 할지 모른다는 걱정은 현실로 다가왔다. 언제 바닥날지도 모르는 연료를 아끼려고 정차 때마다 시동도 꺼야 했다.

신경이 날카로워진 상황이었지만 위기에서도 사람들은 차분히 기다리며 질서유지를 위해 앴는 모습이었다.

버스기사를 중심으로 구성된 규찰대는 제설차를 뒤따르는 몇몇 얌체족을 제지했고, 차안에 먹거리가 여유있다는 할아버지는 환자를 찾아다니며 물과 초컬릿을 나눠주었다.

천재지변은 같은 비상상황은 예상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위기가 닥쳤을 때 어떻게 극복 하느냐에 따라 그 사회의 성숙도가 판가름 난다.

집에서 팩스로 보고나 받던 고위공무원들에게 이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도 "일요일은 출근 안 해도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을 함부로 할 수 있었을까.

원유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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