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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 쓴 '우리 이야기' 드라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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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 쓴 '우리 이야기' 드라마로

입력
2001.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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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린이들은 동요보다는 유행가를 즐겨 부른다. 또한 어린이ㆍ청소년 드라마보다 트렌디물이나 성인용 드라마를 더 많이 시청한다. 대중문화가 어린이에게도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다.EBS가 색다른 시도를 해 눈길을 끈다. 방송사상 최초로 초ㆍ중학생을 대상으로 드라마 극본 공모를 해 드라마화 작업에 들어 간 것이다.

EBS가 22~26일 '우리들의 이야기 극장' 이라는 제목으로 매일 한편씩 30분짜리 단막극으로 선 보일 다섯편의 드라마는 300여편의 응모작 중 선정한 것이다.

이창용PD는 "드라마는 장르의 특성상 시청자 참여가 힘들다. '우리들의.' 은 시청자의 이야기를 그것도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이야기를 그대로 담아낸다는데 의의가 있다.

청소년에게 새로운 드라마 읽기와 쓰기에 대한 새로운 분위기 조성을 위해 극본을 공모하게 됐다" 고 설명한다.

어린이 문화는 성인 문화에서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이번 응모작에서도 증명됐다.

초등학생의 200여편, 중학생의 100여편 등 300여편 응모작중 많은 작품이 성인 드라마의 내용이나 구도, 주제까지 흉내 낸 작품들이 많았다.

작품의 상당수가 선악 대결구도에 신데렐라 캐릭터를 내세운 것이었고 비정상적인 가족관계도 적지않게 등장했다.

아버지의 외도와 출생 비밀을 드러내는 가족의 출현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학교 생활을 다룬 극본에서도 선악을 대변하는 인물들의 갈등을 주요 중심축으로 드라마를 전개하고 있다.

지난 해에 비판을 받았지만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좋은 걸 어떡해' '진실' '줄리엣의 남자' '가을 동화' 등의 구조와 내용을 답습한 것들이다. 응모 학생도 드라마 작가 대부분이 여성인 것과 비슷하게 여학생이 70%를 차지했다.

선정된 5편에는 동심과 10대다운 감성이 살아있다. 자신과 주변의 이야기를 수기처럼 풀어 놓은 것이 공통점이다.

대상을 받은 안성 고삼초등학교 5년 최정선군의 '어린 형제의 어느 가을' (24일 방송)은 추운 날씨에 자장면을 먹기 위해 어린 동생과 함께 40리 길을 걸어가는 아홉 살 소년의 힘든 여정을 그린 로드 드라마다.

최군은 "평소 드라마를 많이 보는 편이었는데 어머니가 응모해보라고 해서 작품을 냈다. 시골에 있는 할머니집에서 읍내 식당으로 동생과 자장면 먹으러 간 일이 잊혀지지 않아 작품을 썼다" 고 말했다.

우수작인 서울 동대문여중 2년 전아리양의 '겨울 이야기' (22일 방송)는 말하는 새가 있다고 친구에게 거짓말 한 동생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말하는 새를 연기해주는 오빠의 따뜻한 사랑을 담았고, 부산 하단중 3년 서지영양의 '몸에 난 상처 & 마음에 난 상처의 공통점' (23일 방송)은 갈등을 빚는 새 엄마와의 화해 과정을 촘촘하게 묘사했다.

가작 두 편 '호두 과자와 나와 엄마와 가출' (서울 덕수중 3년 설은혜ㆍ25일 방송)과 '또 다른 세상' (대구 동부여중 2년ㆍ26일 방송)에도 청소년의 독특한 감수성이 살아있다.

작품들은 '원미동 사람들' 을 연출했던 선우완PD와, 이관희PD와 '육남매' 를 공동 연출했던 이민철PD가 드라마화 한다. 제작진은 "원작에 손을 대지않고 작품을 만들 생각이다.

조금 뻔해 보이는 이야기지만 내용이 따뜻하고 포근해서 보고 나면 미소를 짓는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고 말했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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