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유통업계 최대의 과제에 대해 삼성테스코㈜ 이승한(55) 사장은 "소비 창출은 가격ㆍ품질ㆍ서비스라는 3요소를 조화시켜 소비자로부터 '합리적인 감동'을 이끌어내는 '가치창조'"라고 말한다. 이 사장의 '가치창조'란 과연 어떤 의미인가.서울 소비자들에겐 생소한 '홈 플러스'. 그러나 수원과 안산만 가도 반응은 확연히 달라진다. 특히 대구와 부산 등 영남지역 아줌마들에겐 대형할인점 E마트나 까르푸 보다 더 친숙한 쇼핑공간으로 와 닿는 곳이 바로 삼성테스코㈜의 '홈 플러스'다.
전국에 7개의 '홈 플러스' 매장은 서울 사람들에겐 문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다소 의외의 느낌을 안겨준다.
할인점도 아니고, 백화점도 아닌 것 같은, 산지와 직거래하는 다양하고 저렴한 제품군에다 '창고 쇼핑'의 선입견을 허물어 버린 쾌적한 환경, 백화점 문화센터를 연상시키는 각종 교육프로그램 센터 등이 한 건물 안에 층층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지난해 매출 6,500억원, 올해 매출목표는 1조4,000억원.
이런 목표는 절대 과장된 것이 아니다. 지난해 하반기 잇따라 개점한 '홈 플러스' 안산ㆍ북수원ㆍ영통점은 개장 첫날 각각 매출 11억원을 올렸다.
삼성물산과 영국의 대형 유통회사인 테스코(Tesco)가 합작법인 삼성테스코㈜를 설립한 지 이 달 말로 꼭 1년 반. 신생 유통업체가 개장 첫날 이런 매출을 올린 것은 국내 유통업계에서는 경이로운 기록이다. 영국 테스코 본사도 흥분했다.
그 뿐이 아니다. 국내 80여 개 대형 할인점 점포별 매출에서도 홈 플러스 대구점은 지난해말 기준 하루 평균 매출 9억5,000만원으로 1위였다.
이 사장은 "가격이 싸다고 고객을 창고 속에서 먼지를 먹여가며 쇼핑하게 하는 건 소비자들에 대한 불손(不遜)행위"라고 단언한다.
이 사장은 그래서 '홈 플러스'를 일반 할인점으로 규격화하는 업태(業態) 구분도 단호히 거부한다. 이 같은 '공간' 을 제공하는 홈 플러스는 바로 '가치점(價値店)' 이며, 가치를 창출해주는 점포를 고객이 찾아주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의 '가치창조' 경영을 한마디로 말해주는 키워드는 '차별성'이다. 또 그 '차별성'은 그의 다채로운 경력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신세계(식품 마케팅), 삼성물산(건설부문 회계관리ㆍ개발본부ㆍ유통), 삼성그룹회장 비서실(신 경영추진팀) 등에서 근무하면서 30년간 '삼성 맨'으로 경영관리를 익혀왔다. 성격이 주도면밀한데다 넘쳐흐르는 아이디어는 그가 '기획 통'이라는 느낌마저 준다.
홈 플러스가 '가치창조'를 경영 화두로 내세우는 것도 CEO 이 사장이 직원들에게 경상도 억양으로 귀가 따갑게 강조하는 본질ㆍ효율ㆍ감동 경영이 기업문화에 깊숙히 배어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올해 말께는 서울에서도 홈 플러스의 차별성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먼저 불타지 않으면 고객들의 감성에도 불을 지를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 이승한 삼성 테스코㈜ 사장(His story)
1946년 경북 칠곡군 왜관 출생
대구 계성고 졸(1965)-경북 영남대 경영학과 졸(1970)-한양대 대학원 도시계획학 석사(1998)
삼성 그룹비서실 기획팀ㆍ마케팅 팀장/ 삼성물산(건설) 런던 지점장ㆍ개발사업 본부장/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신 경영추진 팀장 전무ㆍ비서실 보좌역 부사장/ 삼성물산 유통부문 대표이사/ 삼성테스코 대표이사 사장(1999.5월)/ 대한상공회의소 유통 물류위원회 부위원장
미국의 철강거인 카네기와 삼성 이건희 회장
카네기는 철학이 있는 사람으로 부의 사회환원과 문화를 사랑한 경영자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大天命)
삼성그룹 입사 11기 동기. 대학동기 '고산골' 멤버들, 계성고 동기'동산회'친구들.
shl@samsung.co.kr
장학만기자 local@hk.co.kr
■My 키워드
이승한 사장은 기업경영도 예술의 경지까지 끌어 올릴 수 있다는 '경영예술론'의 신봉자다. 그가 주장하는 '경영예술'의 3대원칙은 '본질' '효율' '감동' 경영이다.
이를 바탕으로 특정 분야에선 전문가 이상의 섬세함을 갖춰야 하고 기획 인사 마케팅 운영 부동산설계 건축 등 모든 분야에 식견이 있는 '노련한 사공'만이 예술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본질경영
예술이나 경영 모두가 본질이나 기본에 충실해야 궁극적인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베토벤의 음악이 훌륭한 것은 근본적인 바탕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파격적 창조가 아름다우려면 기본이 충실해야 한다. 경영도 마찬가지다. 핵심역량 중심의 철저한 경영이 없이는 치장이 아름다워도 의미가 없다. 고객은 케익이 맛있어야 다시 찾는다.
효율경영
투자할 곳엔 확실하게 투자하지만 원가를 낮출 수 있는 데선 철저히 비용을 줄이는 말 그대로 효율성의 극대화다. 땅콩을 들어올리는데 기중기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 유통의 승부는 결국 물류ㆍ건축ㆍ운영비 절감여부로 결판이 난다.
감동경영
경영의 기본 틀을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객에게 만족과 감동을 줄 때 비로소 기업은 생존할 수 있다. 먼저 불타지 않으면 타인을 불 태울 수 없다. '내'가 '네'가 될 때 비로소 감동이 올 수 있다.
■차한잔을 마시며
-어린시절 꿈은.
"한때 건축가나 도시계획가 등 아름다운 도시를 직접 설계, 만들어 보고 싶었다. 삼성물산에서 근무할 때 태평로, 한남동 미술관 단지 등의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비록 도시는 못 만들었지만 '홈 플러스'라는 '아름다운'(?) 쇼핑공간을 만들었다."
-'경영예술론' '신바래이션(신바람 shinba+ration) 문화' 등 어록이 눈길을 끄는데.
"언어는 행동이다. 삼성비서실에서 신경영 문화를 창출하는데 일조한 경험 등이 도움이 된 것 같다. 눈빛만 봐도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는 기업특유의 언어가 필요하다.내부에선 '홈 플러스 사전'을 제작하자는 의견도 있다.(웃음)"
-CEO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충고할 경영 노하우.
"박이정. 업무를 거시적으로 관찰, 전체를 파악한 후 핵심적인 업무를 결정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해 세부적으로 치밀하게 분석해 나가는 태도를 길러라.
큰 흐름을 알 때 작은 실수는 있어도 큰 실패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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