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2시간회동 공조복원 선언 의미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 자민련 총재가 8일 공조복원을 공식 선언, 신DJP 공조가 시작됐다.
1997년 11월 후보단일화 선언으로 손을 잡은 지 3년 여 만에 1년 가까운 균열기를 청산하고 공조를 재확인한 것이다.
두 사람이 이날 발표한 합의문을 보면 공조의 내용과 틀은 현 정부 출범 수준으로 복원하는 차원을 넘어 좀 더 진전됐다. 긴밀한 공조를 위해 두 사람이 월 1회 이상 만나기로 한 것이 단적인 예이다. JP의 한 측근은 "DJP가 말 그대로 국정운영의 공동파트너로 힘을 모으기로 한 것"이라며 "정권 초 DJ에게 주례보고를 하는 총리로 위치가 애매했던 때보다 훨씬 내실 있는 협력이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DJP는 합의문에 표현한대로 공조복원의 필요성을 "불안정한 정치와 침체한 경제여건으로 인한 어려운 국면에서 국가와 국민을 우선하기 위해"라고 설명했다. DJ는 공조복원으로 야당의 공세에서 벗어나 정국을 주도할 수 있다는 계산을, JP는 DJ를 도움으로써 총선참패 후 아웃사이더로 밀려난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2여(116+19석)로 혼자서는 힘에 부치는 133석의 한나라당에 맞서는 공동전선이다.
두 사람은 또 "최선의 공조로 공동정권의 유종지미(有終之美)를 거둘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고 밝혀 DJ의 임기 말까지 공조한다는 것도 대외적으로 천명했다.
자민련 의원의 추가 입각 등이 아교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신 DJP공조는 '어떠한 경우든' '반드시' 등의 화려한 수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안한 측면이 있고 앞으로 넘어야 할 고비도 많다.
우선 DJ는 내친 김에 내년에 있을 지자제 선거는 물론 대선까지 공조해 정권재창출을 끌어내자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JP는 대선정국에서의 협력에 관한한 일절 언급하지않는 등 매우 신중하다. 차기 대선에서 또 한번의 캐스팅 보트역할을 노리고 있는 JP로서는 대선구도에서 DJ와 손잡는 것이 유리한 지 확실한 계산이 서있지 않다.
이 밖에도 두 사람은 국가보안법 개정을 둘러싼 이견 등을 잦은 회동과 양당의 정책공조로 조율하기로 했지만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강창희(姜昌熙) 의원 제명이라는 초강경수단까지 요구한 느슨해진 JP의 당 장악력과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JP끌어안기'도 신DJP 공조를 위협하는 만만찮은 변수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JP"우리 둘은 얼굴만 봐도 다 안다" 만찬 회동을 마친 뒤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는 "우리 둘이는 얼굴만 봐도 다 안다"며 미소를 지었고, 청구동 자택으로 돌아와서도 김종호(金宗鎬) 대행과 오장섭(吳長燮) 총장에게 "좋았어. 앞으로 모든 것을 상의하기로 했어"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박준영(朴晙瑩) 청와대 대변인도 "(회담이) 시작하기 전부터 끝날 때까지 분위기가 무척 좋았다"고 말했다
김 명예총재는 이날 자민련 당 5역이 만든 회담자료가 든 흰봉투를 들고 갔으나 대화를 할 때는 거의 보지 않았다는 후문. 만찬은 오후 6시30분부터 청와대 본관 백악실에서 1시간30분 동안 덕담과 옛 이야기 등을 주고받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으며 이어 30분간 김대중 대통령과 김 명예총재가 단독 요담을 나눴다.
김 대통령 내외는 이날 오후 5시50분께 김명예총재 부부가 청와대에 도착하자 백악실 앞 엘리베이터까지 마중나오는 등 각별히 예우했다. 김 대통령은 김 명예총재 내외에게 청와대에서 노벨평화상 수상 기념으로 제작한 회중시계 2개를 선물로 주었다.
이태희기자
taeheelee@hk.co.kr
■DJP 회동 합의문 전문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 자민련 명예총재는시국상황과 양당관계에 대하여 진지하게 논의하고 다음과 같이 합의하였다.
1. 불안정한 정치와 침체된 경제여건으로 인해 어려운 국면이라는 시국상황에 대해 인식을 같이하고, 국가와 국민을 우선으로 하는 차원에서 양당은 국정운영 전반에 대해 공동협력한다.
2. 양당은 경제의 재도약을 이룩하고 민생의 안정을 도모하며, 법과 질서가 존중되는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국민의 정부를 함께 출범시킨 초심으로 돌아가 공동의 노력을 경주한다.
3. 양당간의 긴밀한 협력을 위해 두 사람은 월 1회 정례적으로 회동하며, 필요시 수시로 회동한다.
또 양당은 국정협의회와 당정정책조정회의 등을 조속히 재가동하도록 한다.
2001년 1월 8일
대통령 김대중
자민련 명예총재 김종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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